元 지사 지난 지방선거 슬로건
선거 결과 정작 본인 먼저 커져
재선 성공 야권 대표주자로 부상

도정서 성과 내면 큰 무대 기회
앞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
의회 관계·경제 ‘난제’ 소통이 答

 

민선 7기·원(元)도정 2기가 출범했다. 원희룡 지사는 “위대한 제주도민과 제주가 커지는 꿈을 향해 가겠다”고 새로운 출발의 각오를 밝혔다. ‘제주가 커지는 꿈’은 지난 선거 때 슬로건이다.

원 지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10대 핵심공약도 내놓았다. 제주의 청정과 공존, 일자리, 미래가치를 더 키움으로써 제주 사람이 커지고, 제주 자본이 커지고, 제주 전체가 커지는 이행 방안을 제시했다.

선거 결과 제주에 앞서 본인 먼저 커졌다. 그는 야권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야권 유력 잠룡들이 ‘민주당 바람’에 쓰러지고 원 지사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재선 성공으로 그의 정치 입지는 상당히 강화됐다.

원 지사는 선거과정에서 “도민들의 부름과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중앙정치 바라보지 않고, 도민과 함께 도정에 전념해 새로운 제주도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정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자산 삼아 더 큰 정치무대로 나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의 입장에서는 지방정치가 곧 중앙정치인 셈이다. 도정 운영에서 원 지사는 ‘더 큰 제주’ 실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그가 커지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앞길이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민주당이 장악한 도의회와의 관계 설정이 난제다. 원 지사는 이를 의식한 듯 4일 도의회(제11대) 개원식에서 “도민들의 뜻은 정당을 뛰어넘어 초당적 협력과 견제로 제주도정을 이끌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당 도의원들이 도정 운영에 선선히 협조할리는 만무하다. 그는 지난 민선 6기 때 ‘협치’를 내세워 당선됐으나 현실에서는 협치가 무색하게 예산전쟁 등 도의회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번에 도의회의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 내며 도정을 원만하게 운영할지 주목된다. 원 지사 정치력이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도정 성적과 민심 동향을 좌우할 경제 상황도 녹녹치 않다. 국내 민간연구원들은 한국경제가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호황기인데 한국경제는 그 흐름을 타지 못하고 나홀로 추락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가 나빠지면 지역경제도 영향을 받을 게 뻔하다. 제주는 최근 미분양주택 증가, 건설경기 부진, 가계대출 급증 속 금리 상승, 취업자 감소 등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이 겹겹이 쌓이고 있다. 원 지사는 선거 때 “도민을 위한 좋은 밥상을 차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점증하고 있어 이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능력을 보여줄지 관심이다.

대의회 관계는 물론 경제 활성화도 관건은 결국 소통에 달렸다고 본다. ‘불통’의 대명사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년 가까운 재임기간 중 기자회견을 총 5회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 비해서도 턱없이 적은 횟수다. 기자들 질문도 받지 않았다. 그는 공직라인에 있는 각료 및 전문가들과의 소통 부재 역시 심각했다. 소통을 멀리하는 리더를 둔 집단의 의사결정의 질은 떨어진다. 좋은 경제정책도 소통을 제대로 해야 나온다.

원 지사는 선거 기간 상대 후보로부터 지난 4년 동안 중앙정치만 바라봤다는 ‘서울 바라기’라는 공격을 받았다. 이는 도민과의 소통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원 지사는 이에 “이제는 제주도민만 바라보겠다”고 한다. 소통 부족을 자인한 셈이다.

‘나를 따르라’ 식의 리더십으로는 ‘더 큰 제주’를 이룰 수 없다. ‘제주가 커지는 꿈’ 실현은 소통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각계각층의 도민 의견을 두루 듣고, 때론 자신의 주장을 굽힐 줄 아는 ‘포용의 정치’가 필요하다. 동시에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 소신이 확실하면 할 말은 하고 반대 주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설득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원 지사에게는 소속 정당도, 손잡은 정치세력도 없다. 제주 지역이 정치 진지(陣地)다. 진지를 튼튼히 구축하려면 구성원인 도민과 소통이 필수다. 소통 강화로 제주와 원 지사가 함께 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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