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 내 ‘4·3 행방불명인’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이 10일 개토제(開土祭) 봉행을 시작으로 8년여 만에 재개됐다. 이번 발굴은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제주4·3 당시 학살·암매장된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해 신원을 확인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진상규명을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긴급용역을 실시, 제주공항 동서활주로 및 남북활주로 주변 5개 지점을 유해(遺骸) 발굴 예정지로 확정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업무대행 협약을 통해 제주4·3평화재단에 유해 발굴 업무를 맡겼다.

이날 원희룡 제주지사는 주제사를 통해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재개되는 유해 발굴이 4·3영령과 유족의 한(恨)을 풀고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며 “제주도정은 4·3희생자 최후의 유해까지 가족 품에 안겨드려야 하는 의무감으로 유해 발굴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고 약속했다.

발굴 업무를 주관하는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도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7년부터 본격 시행한 유해발굴을 통해 제주공항에서만 388구의 유해를 찾았다. 하지만 아직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등 많은 유해를 찾지 못했다며, 이번 발굴을 성공적으로 진행시켜 행방불명 희생자의 유해를 차디찬 땅속에서 양지바른 곳으로 모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은 “제주의 관문인 국제공항은 우리 부모, 형제의 원혼이 서린 슬픔의 장소였다. 오늘 우리들은 긴 세월 동안 땅속에 묻혀있던 ‘4·3의 아픈 역사’를 조심스럽게 끄집어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제주공항(활주로) 유해 발굴은 11월쯤 마무리될 예정이며, 앞으로 조천읍 선흘리와 북촌리, 대정읍 구억리에서도 발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4·3 행방불명 희생자의 경우 지금까지 총 400구의 유해를 발굴하고 92구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날 유해 발굴 현장을 찾은 양유길 할머니(83, 4·3행불인 유족)는 “오빠 2명이 나를 지키려다 군인과 경찰에 끌려가 희생됐다”며 “유해 발굴을 통해 오빠들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7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제주4·3은 아직 ‘미완(未完)’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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