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이끌어 갈 행장시장 인선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제주도의회에 제안한 ‘인사권 추천’도 제도적인 장치 미흡 등으로 물 건너갈 공산이 커졌다.

이 방안은 도의회와 새로운 ‘협치(協治)’를 위한 차원에서 원희룡 지사가 먼저 제안했지만 제도적 맹점은 간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도의회가 행정시장을 추천했다 하더라도 또다시 의회가 인사청문회를 하는 모순에 빠질 수가 있다.

제주도가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을 개방형 직위로 공개 모집한 것도 성급한 조치로 보인다. 행정시장 추천(도의회)이 공모제 인사와 충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지사는 “이 같은 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행정시장을 추천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의회와 도의 입장이다. 다만, 정치적 합의 신뢰와 제도적 논의는 이뤄지고 있다. 특히 선거공신과 측근, 회전문 인사는 하지말자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이어 “가능하면 도의회 추천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의회의 입장은 존중하겠다”며 “이미 인사권 추천을 제기한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의회가 단일 의견을 모을 수 있을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정시장 인사권 추천 건은 제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원희룡 지사의 실책(失策)에 가깝다. 물론 협치 차원에서 도의회를 배려했는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론 도의회의 입장만 난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여지는 남아 있다. 추천이든, 공모제든 그 과정에서 도의회의 의견을 대폭 존중하면 그리 문제될 것도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협치’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진정으로 통할 때에만 가능하다. 이점 원 지사가 잘 헤아려 염두에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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