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약 개발비 수조원 ‘막대’
안전성 검증 등 기간도 10년 이상
한약, 개발과정 거치지 않아 유리

과일 중 귤껍질 약재로 등재 유일
진피, 비만·고지혈증 개선에도 효과
의료비 줄이는 ‘열쇠’ 될 수도 있어

 

며칠 전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의 업무보고가 있었다. 여러 현안 중에서도 제주의 의료 복지에 대해 가장 관심이 갔다.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7.6%이다. 이 말은 국민들이 100만원을 번다면 평균 7만6000원을 의료비로 쓴다는 의미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은 8.9%이고 주요 선진국은 대개 10%를 상회한다. 그 중 일본은 11%, 미국은 17%를 넘는다. 의료비 증가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서 국가신용도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이다.

우리의 경우 특히 의료비 증가율이 GDP 증가율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몇 달 전 발표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국의 의료비 지출 평균 증가율은 6.8%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2.1%)보다 무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13%인 65세 이상 노인 인구 층에서 건강보험 진료비의 38%(2016년 기준)를 쓰고 있다. 그 이하 연령에 비해 1인당 4배 이상을 더 쓰는 셈이다.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의료비 증가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의료비 부담 가중은 국가 재정만이 아니라 개인의 노후 생계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된다. 우리가 평소에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글로벌 신약 하나가 시판되기까지 개발비가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기간도 10~12년 소요된다.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체에 검증하기까지 이처럼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회사인 화이저(Pfizer) 한 군데의 연구개발비가 한국 제약회사 전체 연구개발비의 10배 수준이다. 신약 개발은 우리나라의 제약회사에게 여간해선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한약이 있다. 똑같이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지만 글로벌 신약의 개발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바로 쓸 수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약으로 경험해 온 임상적 가치를 인정해 준 것이다. 신약은 막대한 자본과 시간을 투여하여 개발 완료되고 나서도 임상에 적용하면서 문제가 되어 폐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약은 실제 인체에 적용해 온 임상적 의미가 크게 작용한다. 한약의 중요한 의의도 여기에 있다.

귤껍질은 껍질에 영양가가 많다는 일반론적 가치를 넘어선다. 귤껍질 진피는 한약재이다. 과일 껍질 중에는 유일하게 약재로 등재된 것이다. 수많은 동식물자원 중에 현재 약전에 올라간 것은 500여 가지밖에 안 된다. 그 중에 주요한 약재로 진피가 속해 있다.

약전에 등재된 약재 중에는 식품으로도 가능한 식약 공용 약재들이 있다. 인삼, 오미자, 강황 등이 그렇다. 귤껍질 진피도 이에 포함된다. 약재이면서 식품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제주보건소와 공동으로 진피를 활용하여 항비만 사업을 하고 있다. 원래 진피는 한의학적으로 운동부족과 과식으로 몸이 무겁고 피곤한 증상 등 정체된 기를 돌려주는 약이다. 현대의 대사성증후군 및 비만과 관련된다.

작년에 첫 사업을 시작하여 다소간의 비만 해소와 함께 의미 있는 고지혈증 개선 효과가 있었다. 높은 만족도를 보여 올해도 7월 현재 이 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아열대 한약재 강황에 해당하는 카레는 인도에서 약으로만이 아니라 독특한 음식 문화로 발전하였다. 인도의 치매 및 암 발병율이 낮은 이유를 이 카레와 연관 짓기도 한다.

제주의 진피도 이처럼 다양하게 음식에 활용하여 문화화 할 수는 없을까. 도민들 스스로 진피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생활화, 문화화 하였을 때 비만율 1위인 도민의 건강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식을 피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게 건강 장수의 비결이다. 그래도 실천이 부족한 현대인에게 진피 같은 약이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어쩌면 이 진피가 건강은 물론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의료비 문제를 덜어내는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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