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화산활동 이론·해석 계속 변화
현재 학설 ‘당연’ 안주하면 발전 못해

 

 

중문 대포동 해안은 주상절리로 유명하다. “액체상태의 뜨거운 용암이 식으면서 고체로 변하면서 부피가 줄어 오육각형의 기둥모양으로 쪼개져 만들어진 구조”라는 설명은 진부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18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현무암을 비롯한 암석들과 주상절리는 바다 속 퇴적물의 퇴적이나 침전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믿어졌다.

특히 육각기둥 형태의 주상절리는 거대한 수정(석영결정)과 닮았기에 바닷물 속 물질들이 침전되어 만들어진 거대한 결정이라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땅속 구멍(화구)로부터 쏟아져 나온 물질(마그마)이 멀리 흘러간 흔적, 그리고 그 내부에 발달한 주상절리가 관찰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이후 땅 속 뜨거운 물질의 존재를 지시하는 여러 지질현상들이 보고되면서, 지표의 많은 암석들이 지구 속 뜨거운 물질(마그마)이 굳어서 형성되었다는 것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19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말이다. 굳게 믿어지던 이론이 바뀌는데 근 반세기가 걸린 것이다.

제주의 화산활동에 대한 각종 이론이나 해석들도 끊임없이 변해왔다.

제주도에 대한 최초의 지질조사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일본 학자들에 의해 수행되었다. 당시 일본 학자는 한라산 고지대에 분포하는 조면암이 최초로 분출하고 이후 주변의 현무암들이 분출했다고 해석하였다.

해방 이후 1960년대 들어 지하수 개발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제주도 지질도가 발간되었으며, 1970~80년대 국내 학자들에 의해 제주도 4단계 형성모델이 제시되었다.

이 시기 학자들은 1단계를 기저현무암과 서귀포층이 형성된 시기, 2단계를 400m 이하의 용암대지가 형성된 시기, 3단계를 제주도의 남쪽과 북쪽의 현무암, 한라산 정상의 조면암이 형성된 시기, 4단계를 360여 개의 오름이 형성되는 시기로 보았다.

1990~2000년대에 접어들어 보다 상세한 지질도가 발간되었으며, 2010년대에는 연대 분석 결과에 근거한 제주도 화산활동사가 보고되었다.

최근 20여 년 간의 연구들은 제주 도처에 분포하는 360여 개의 오름이 서로 분출시기를 달리할 뿐만 아니라, 성분 또한 반복적으로 변화해 왔음을 보고하는 등 과거 연구들과는 다른 결과들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에 재직 중인 마르코 브레나 교수는 2008년에서 2010년에 걸쳐 총 두 달여간 제주도에 머물며 제주도 화산활동을 연구하여 그 결과를 국제학회지에 게재한 바 있다.

그는 제주도 시추코아 자료를 선별하여 암석조성과 연대를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제주도 화산활동을 3단계로 구분하였다.

각 단계별 마그마 생성 깊이, 맨틀 부분용융의 정도, 마그마 분출량에서의 변화를 시공간적으로 설명하였다. 더 나아가 제주도 화산활동이 열점보다는 섭입대에 인접한 지역에서의 지구조 응력 변화에 의해 발생했다고 제안했다.

그에 따르면 제주도는 필리핀 해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들어가는 섭입대로부터 약 600km 정도 떨어져 있으나, 필리핀 해판이 섭입해 들어가는 정도가 약해지는 시기에 상대적으로 맨틀에 가해지는 압력이 약해져 맨틀이 부분적으로 상승하고 이로 인한 압력 감소하여 맨틀이 부분적으로 녹음으로서, 제주도 화산활동을 일으키는 마그마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이론이 제시되기 전 제주도 화산활동은 하와이와 같이 열점활동과 관련된 것이라고 오랫동안 믿어져 왔다.

근래의 최신 연구들이 모두 합당하고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당연하고 옳다고 믿는 것에 안주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지질학이라는 학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새로운 관찰, 좀 더 정직한 관찰이 항상 사실들을 바꿀 수 있다.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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