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 호황 타고 큰 폭 증가
5년 새 2.6배 늘어 현재 14조원 이상
금리 인상 등에 위험 신호 켜져

올해 주거시설 경매 물량 59% 급증
빚 상환능력 한계상황 도달 가계 속출
지역경제 주름살 피하려면 대비 절실

 

대부분 질환에는 전조(前兆) 증상이 있다. 병의 징조를 제때 알아차리고 치료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으면 병환이 깊어진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각종 지표들이 징후를 보여준다. 이상 현상이 나타날 때 적절한 대책을 취하면 경제 악화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그 시기를 놓치면 경제 주름살이 더욱 깊게 팬다.

가계부채는 제주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터져 지역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최근 도내 금융기관 가계부채 잔액은 매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잔액은 14조279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4.5% 증가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위험 신호가 켜졌다. 도내에서 경매에 나온 주택이 늘고 있다. 올해 전체 경매(토지·주거·상업시설) 물량은 전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주거시설 경매 물건은 증가했다.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제주법원에서 진행된 전체 경매 건수는 60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4% 줄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주택 경매 건수는 지난해 87건에서 올해 139건으로 59.7%나 늘었다.

빚 갚을 능력이 한계에 이르러 원리금 상환을 포기하는 가계 등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빚을 내서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 중 다수가 대출부담을 이기지 못하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고 것이다. 도내 가계대출 급증의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러면 경매에 나오는 주택이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가계부채의 역습이 본격화할 우려가 있다.

제주지역 가계부채는 부동산시장 호황과 금리 하락 등과 맞물려 2013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3년 5조3335억원이던 가계부채는 5년여 동안 2.6배나 늘었다. 2016년 중에서는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40%를 넘기도 했다. 올해 들어선 증가폭이 10% 중반대로 둔화됐으나 전국에서는 여전히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제주지역 가계부채 급증에는 무엇보다 주택 오름세가 크게 작용했다. 정부 정책도 한몫했다. 지난 정부는 경제성장을 부동산 경기에 의존하면서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썼다. 가계대출이 크게 늘고, 주택시장으로 돈이 흘러들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자고나면 오르는 집값에 너도나도 투기(투자) 대열에 뛰어들었다. 여윳돈이 없어도 빚을 내서 집을 샀다. 집값 상승폭에 비하면 이자는 그야말로 ‘껌값’ 이었다. 한동안 행복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주택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집값이 약세로 전환됐다. 주택 거래도 한산해졌다. 여기에다 미분양 ‘빈집’이 크게 늘면서 집을 팔아 현금화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금리까지 오름세다.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로 집값이 구입가보다 아래로 떨어지면 이자 부담 고통은 더욱 심해진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최근 연구자료를 통해 “주택 초과공급이 당분간 지속되는 데다 정부의 대출규제도 강화되면서 제주지역의 주택매매가격은 하방리스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의 근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소득이 이자를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안 되면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건 시간 문제다.

가계부채는 일차적으로 개인사이고, 책임도 채무자가 진다. 하지만 방치만 할 수는 없다. 가계빚은 그 자체로서 지역경제의 문제이자 풀어야 할 과제다. 부실 채무자가 많아지면 금융기관 재무 건전성 악화는 물론 소비 위축 등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부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상시적인 리스크 점검을 통해 금융 안정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 등 관련 당국도 지역의 가계부채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면밀한 관리에 나서야 한다. 가계부채의 역습은 시작됐다. 역습에 당하지 않으려면 사전 대비가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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