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 ‘블록체인 허브도시’ 추진 의지
특구 선점으로 제주의 새 성장 동력
무공해 고부가산업 지역 가치와도 부합

자본·인력·관련기업·기술 부재 한계
비즈니스 룰 메이커 역할 역부족
준비 제대로 해 신산업 돌파구 열어야

 

지난 3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에서 열린 블록체인 컨퍼런스 후오비 카니발에서 ‘블록체인 허브도시 제주’에 대한 추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제주를 세계수준의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번 발표는 4차산업 혁명이 가속화하는 현 시점에서 블록체인 특구 선점을 통해 제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신산업을 선도해나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블록체인이란 하나의 블록에 데이터를 담고 체인형태로 연결하여 데이터를 분산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고객에게 거래내역을 보여주고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한마디로 해킹이 불가능하고 순수성이 유지되는 보안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은 아직 시작 단계지만 제도적 보완과 시스템의 안정성 및 범용성을 갖추게 되면 상당한 수준의 산업 생태계의 재편과 혁신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블록체인 허브도시는 제주가 지향하는 국제자유도시와 관련해서도 주목된다. 국제자유도시는 사람, 자본 및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 허용을 핵심으로 한다. 지금까지 사람 이동에 대해서는 무비자지역, 상품 이동은 면세점 확대 등으로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자본의 경우 지난 몇 년간 중국자본의 무분별한 유치로 인한 난개발과 부동산 가격 폭등 많은 부작용을 양산했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에 대한 부분은 경제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아시아 지역에 있지만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싱가포르나 홍콩, 도쿄와 같은 도시들은 글로벌 대형 금융사와 600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을 보유해 금융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미 그들도 블록체인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금융 체제와 시장에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제주의 블록체인 특구조성 추진 발표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은 정부나 민간에서도 말이 많고, 제도적 장치도 완전하지 않으며. 기술적 완성도도 미흡한 상황이라 제주가 블록체인 비즈니스 룰 메이커로서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다.

단순하게 접근해 발표에서 밝힌 대로 블록체인 신도시를 만들기 위한 관련 기업 유치와 거래소 개설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준비하는 것이라면 향후 블록체인 산업의 교두보 확보와 거래세 수익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필자는 블록체인이 제주에 맞는 산업이라는 점은 동의한다. 지금처럼 4차산업 시대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체계를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는 아주 좋은 기회 요소를 갖고 있고, 지역적 가치 차원에서도 무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바람직한 방향인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제주의 열악한 자본 및 자원과 인력, 관련기업과 기술의 부재, 보안 및 금융솔루션 등 관련 산업 생태계 부재 등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술과 제도, 시스템을 동반하는 첨단산업을 제시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것과 보유하지 못한 것, 그리고 보완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제주지역 내 자본의 흡수와 유통, 거래와 잉여이익 등을 고려할 때 과연 블록체인이라는 시스템을 갖추고 수행할 능력과 주체가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앞서 ‘누가’라는 주체적 실체가 정해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제주는 전기차, 태양광, 풍력에너지 등 무수한 4차산업의 기대기술들을 수용하면서 면밀한 준비 없는 대응으로 대형 자본에 치이고 부차적 기술수준에만 참여하는 등 보다 큰 산업적 부가가치 창출에는 한계를 보였다.

제주는 더 이상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테스트베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블록체인 특구는 분명 제주에 새로운 기회다. ‘홍로점설(紅爐點雪-빨갛게 달아오른 화로 위에 눈)로 끝나서는 안 된다. 관련기술 흡수 능력을 키우는 등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제주가 신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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