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뿔도 녹인다’는 대서(大暑)가 지나고 입추(立秋)도 지났지만 전혀 가을의 청량함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다. 111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염소뿔이 아니라 무쇠뿔도 녹일 듯한 더위 앞에서 어딜 가나 에어컨과 그늘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뜨거운 더위를 이기기 위해 더욱 뜨거운 보양식을 먹으며 버텨냈다. 이열치열의 정신을 존경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열치열은 더 이상 상책으로 보기 힘들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온열질환 사망자는 54명이며, 이는 같은 기간 호우와 태풍, 대설로 인한 사망자보다 2.7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이나 호우 등의 재해가 물질적인 피해를 주로 입힌다면, 폭염은 온열질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건강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온열질환은 이름과 초기 증상들이 비슷비슷하여 사람들이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질환별로 원인과 대응방법이 분명히 다르다. ‘열사병’은 고온에 오래 노출되어 체온조절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써 중추신경에 장애를 일으킨다. ‘열경련’은 더위로 인해 체내의 수분과 염분이 소실되는 것으로써 땀을 많이 흘렸을 경우 나타난다. ‘열허탈’은 탈수로 인해 말초혈액순환에 이상이 오는 것으로써 현기증과 무기력증, 이명 등을 일으킨다. 시원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며 따뜻한 차를 마시게 하거나 포도당 및 생리 식염수를 주사해야 한다.

온열질환은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여 그에 걸맞은 적절한 대응법을 숙지해두는 것이 좋다. 운동은 되도록 해가 진 뒤 실시하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햇볕 아래서 일을 할 때는 수시로 자신의 몸 상태를 잘 살피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자연재해는 맞서기보다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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