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침묵하게 만든 ‘고용 대참사’
‘소득주도성장’ 벼랑 끝 몰려
黨政靑 긴급회의, 기존입장 되풀이

 

나랏돈 50兆 풀어도 일자리 최악
‘김&장’ 정책진단 놓고 異見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자세 필요

 

통계청이 이달 17일 ‘7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취업자수는 2708만3000명. 1년 전인 지난해 7월보다 5000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해 들어 취업자수 증가 폭은 지난 2월 10만명대로 내려앉더니 이번에 5000명으로 급락했다.

2017년 월평균 30만명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고용 대참사(大慘事)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이른바 ‘소득주도 성장론’이 사실상 벼랑 끝에 선 것이다.

이날 통계청 발표 직후 청와대는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沈默)’으로 일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입장을 별도로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여당에 유리한 것이 있으면 사사건건 시시콜콜 현장중계 하듯이 입장을 내놨던 것과는 정반대다.

충격적인 고용동향 발표 이틀 후인 19일, 휴일임에도 당·정·청 긴급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일자리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 규명이나 해결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이 취업자 증가율을 ‘0%대’로 주저앉게 만든 원인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꼽는데도 이를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대신 재정 확대나 추경 집행처럼 기존의 정책만 되풀이했다.

당정청 회의 직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적으로 두고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올해 일자리사업 및 추경사업 집행 점검을 강화하고 4조원 규모의 재정보강 패키지를 신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도 일자리 예산을 올해 증가율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내년 재정기조를 더욱 확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일자리 예산 증가율이 12.6%인데 그 이상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결국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일자리를 보전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와 관련 지난해 17조원의 본예산과 하반기 추경 예산 11조원을 쏟아 부었다. 올해도 본예산 19조2000억원과 상반기에 청년 일자리 추경 3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2년 간 합쳐 무려 50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最惡)이다. ‘나랏돈’을 그렇게 풀었음에도 외환·금융위기에 버금가는 고용한파가 일자리 시장을 뒤덮었다.

‘혹시나’ 하고 당정청 긴급회의를 지켜봤지만 ‘역시나’로 끝났다. 특단의 대책은 전무했고, 막연한 장밋빛 전망만 난무했다. 회의에서 재삼 확인한 것은 현 정부 경제 투톱인 ‘김&장’의 이견(異見)이 여전하다는 점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최악의) 고용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누구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동안 추진한 경제정책의 효과를 되짚어 보고 필요한 경우 개선·수정하는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가 정책의 수정 검토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반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장 실장은 현 상황을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인식하면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특히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정책이 효과를 내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는 활력과 함께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성과를 체감하고, 고용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확신한다”는 낙관론을 폈다.

누구의 말이 맞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경제가 무너지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경제 또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이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깝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여기엔 이념 및 지지층을 뛰어넘는 용기가 필요하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 FTA를 체결하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는 용단을 내렸다. 그리고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지시해 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의 좌우명(座右銘)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였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