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크루즈관광산업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올해 들어 7월말까지 제주를 찾은 국제크루즈선은 고작 9항차에 그쳤다. 관광객 또한 9000여명에 머물며 초토화(焦土化) 되다시피 했다. 불과 2년 전인 2016년 크루즈관광객 100만명 돌파로 한껏 기대감을 높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제주의 크루즈관광객은 지난 2012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뒤, 이듬해인 2013년엔 38만6139명(184회 기항)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그리고 2016년 120만9106명(507회)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란 ‘중국의 몽니’로 급전직하(急轉直下)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자국민들의 한국여행 자제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 결과 120만명을 상회하던 크루즈관광객은 지난해 18만여명으로 뚝 떨어졌다. 크루즈관광 역시 중국 일변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적인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올해의 경우 크루즈관광 실적은 참극(慘劇)에 가깝다. 당초 제주항 296항차, 서귀포 크루즈항 305항차 등 총 601항차가 예정돼 있었지만 무더기로 취소됐다. 올 들어 7월까지 9항차에 관광객 9215명이란 초라한 성적은 그 결과물이다. 이 기간 중국발 크루즈선은 단 1척도 없었다.

“중국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러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는 처참한 현실로 나타났다. 제주도 등이 ‘국적 다변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해왔다고는 하나 효과는 별무였다.

최근 5년간 제주를 찾은 크루즈관광객은 모두 299만744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93%가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중국 수요를 빼고는 제주크루즈관광을 거론할 수 없을 정도의 비중이다. 지금 맞고 있는 거센 후폭풍도 중국 일변도의 관광정책에 기인한다.

제주의 크루즈관광산업 설계는 십중팔구 중국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짜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이게 얼마나 ‘위험한 모험’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국가체계상 ‘사드 보복’과 같은 사태는 앞으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크루즈관광산업 전반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중국만 바라보며 제주의 미래를 맡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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