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때 맹공 퍼부었던 ‘위장전입’
11년 후 부메랑으로 돌아와
정부·여당 “사퇴할 정도는 아니”

文 대통령 유독 강조한 ‘춘풍추상’
실천 없이 말만 번지르르~
제 눈 속의 들보부터 들여다봐야

 

‘위장전입’은 지난 보수정부 9년간 야당,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단골 공격 소재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박은경 당시 환경부장관 후보자, 이듬해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 낙마(落馬)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이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여 벽을 넘지 못했다.

위장전입 공방(攻防)의 역사엔 유은혜 부총리 후보자도 등장한다.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었던 그는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의혹과 관련 “위장전입의 이유가 자녀의 교육문제 때문이었다니 납득할 수 없고 기가 막힐 뿐”이라며 “부동산 투기가 아니니 괜찮다는 것처럼 해괴한 논리가 어디 있는가”라는 뼈아픈 논평을 냈었다.

하지만 11년 전의 그 발언은 부메랑이 되어 이제 자신에게 돌아왔다. 유 후보자가 1996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의 주소를 실거주지가 아닌 서울 정동의 대한성공회 성당으로 이전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대해 유 후보자는 “딸의 초등학교 입학 당시 유치원에 같이 다니던 친구와 같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던 조치”라며 “딸의 주소지 이전은 보육상 불가피했고 부동산 투기나 이른바 강남 8학군 등 명문교 진학을 위한 부정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정치권과 세간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유 후보자에 대한 의혹(疑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장전입과 함께 차남의 병역면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감기관 건물에 지역구 사무실을 둬 갑질논란이 일었고, 정치자금법 위반까지 불거졌다. 또 국회의원으로 재직 중인 최근 5년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59차례나 과태료를 낸 사실도 밝혀졌다.

‘결정적 한방’이 없다고는 하나, 과연 교육부 장관 겸 사회 부총리의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유 후보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다름 아닌 전문성 부족과 편향된 교육이념이다. 국회 교육위 경력이 전부로, 교육 관련 큰 조직을 운영한 경험도 없다. 한마디로 교육계에 ‘생경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청문회에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나라의 미래, 백년지대계라는 국가의 교육을 흔들지 말아 달라”는 의견이 봇물을 이뤘다.

결국 유은혜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역 의원은 무사 통과한다는 ‘의원 불패신화(不敗神話)’가 마침내 깨진 것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1일까지 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장관의 경우 국회의 임명 동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 사실상 유은혜 임명을 강행(强行)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2월 고(故) 신영복 선생이 쓴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를 각 비서관실에 선물했다. 춘풍추상은 중국의 채근담에 수록된 말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해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추상을 넘어 한겨울 고드름처럼 자신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실천은 없었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임용 배제 5대 비리’ 중 하나로 위장전입을 꼽았으나 지켜지지 않은 것의 연장선상이다. 이번 부분 개각(改閣)에서도 청문 대상자 중 절반이 위장전입 의혹에 휘말렸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결론은 “사퇴할 정도는 아니다”였다. 여기에 유은혜 후보자까지 임명이 강행된다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만 하다. ‘내로남불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는 법이다. 진정으로 우리사회 전반의 적폐(積幣)를 청산하려면, 남의 눈에 있는 티만 찾을 게 아니라 제 눈의 들보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선물하며 강조한 ‘춘풍추상’의 뜻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유은혜 후보자가 이런 흠결을 갖고 제주시장 인사청문회에 나섰다면 그 결과가 어찌되었을까 하는….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