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번 실시된 ‘4대강 감사’
정권 따라 각기 다른 결과
공정·신뢰 상실…‘原罪’로 남아

공기업 ‘고용세습’ 감사원 손에
어떤 결과 나와도 不信 클 듯
“나라가 바로 서야 국민도 산다”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 의혹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교통공사가 유민봉 의원(자유한국당)에게 제출한 ‘정규직 전환자의 친인척 재직 현황’에 의하면 그야말로 ‘고용 세습(世襲)’ 그 자체였다.

올해 3월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1285명 중 8.4%인 108명이 공사 재직자의 자녀나 형제, 배우자 등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수조사가 아니라 전체 정규직 전환자의 11.2%만 조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고용 세습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야권 입장에선 호박이 넝쿨째로 떨어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호재(好材)였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끼리 고용 세습은 권력형 채용 비리”라고 규정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이번 사건은 수많은 청년 취업준비생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적폐(積幣) 중의 적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 정부여당이 그동안 적폐청산을 외쳤지만 귀족노조의 적폐는 전혀 모른척하고 방관해왔음이 드러났다. 이게 신(新)적폐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취업은 진학과 더불어 자기 노력과 의지로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힘 없는 일반 대중은 취업 및 대입 비리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크게 절망한다. 이번 국감에서 교통공사 채용비리에 책임이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맹공이 쏟아진 이유다.

답변에 나선 박 시장은 “안전 업무를 책임지고 있던 사람들을 정규직화했던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실 관계부터 틀렸다. 지난 3월 1285명의 정규직 전환자 중 절대다수인 1012명은 안전업무와 관련이 없는 일반 업무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 시장은 또 “특별히 비리(非理)가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감사원을 통해 감사를 받겠다고 공을 감사원에 떠넘겼다. 자체적인 전수조사만 정확하게 해도 전모가 밝혀질 것을, 굳이 감사원에 의뢰하겠다는 것은 ‘시간벌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감사원에 대한 의존도가 부쩍 늘고 있다. 국정감사에 앞서 청와대 등의 업무추진비를 둘러싸고 심재철 의원(자유한국당)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면으로 맞붙었지만 그 종착역은 결국 감사원(監査院)이었다.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진흙탕싸움 끝에 기획재정부가 업무추진비와 관련 52개 중앙행정기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감사원의 감사는 과연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인가. 그런 믿음이 국민들의 뇌리에 박혀 있어야 할 터인데, 결코 ‘아니올시다!’가 정답이다.

대한민국 감사원의 원훈(院訓)은 ‘바른 감사, 바른 나라’다. 상징 로고는 눈과 귀를 형상화했다. 국민의 눈으로 냉철하게 보고, 국민의 귀로 바르게 듣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4대강 사업’과 관련 무려 네 번의 감사를 거치며 각기 다른 결과로 공정과 신뢰를 상실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감사원의 씻을 수 없는 ‘원죄(原罪)’로 남아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는 정권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첫 번째 감사는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절에 이뤄졌다. 그 결과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 사업을 이행하는 절차에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으로 과거보다 안전하게 하천이 관리되고 있다”는 결론이었다.

이명박 전 정권과 거리를 뒀던 박근혜 정부(인수위) 시절인 2013년 2차 감사에선 결론이 반대로 바뀌었다. “4대강 사업은 모든 면에서 부실(不實)했다”며 특히 수질 예측을 잘못해 수질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들어 네 번째 감사 결과가 발표(2018년 7월)됐다. “4대강 사업은 사실상 대운하를 위해 추진된 것으로 보이며, 계획수립은 물론 수질 대책과 공사 집행 등 전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책임자 문책도, 결론도 없는 속 빈 감사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눈으로 냉철하게 보고, 국민의 귀로 바르게 듣겠다던 다짐은 온데간데 없었다. 오직 권력(權力)의 입맛에 따른 눈치와 굴종이 있었을 뿐이다. 감사원으로 넘겨진 서울교통공사 등의 ‘고용세습 비리’ 관련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민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받아들일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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