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황금노선’ 툭하면 지연
승객들 손해는 ‘나 몰라라’
소형항공기 투입 이윤 극대화

제주농산물 수송·유통에는 장애
해저터널 뚫어 고속철도 연결하면
항공사들 ‘갑’에서 ‘을’로 될런지

 

지난 며칠 전 2박 3일의 서울 행사에 참여했었다. 마지막 날 행사 마무리 중에 갑자기 카톡으로 우리가 탑승할 제주행 항공편이 항공기 연결사정으로 2시간이나 늦어진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행사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항공예약을 한 터라 너무 많은 시간이 남게 됐다. 아마 이런 일을 경험해 본 도민들은 알 것이다. 시간이 이렇게 늦게 흘러가는 순간도 있구나. 정말 1시간이 하루 같은 느낌이었다.

아무리해도 시간이 지나지 않자 공항으로 이동해 탑승장으로 입장했다. 탑승구에서는 다시 1시간이 늦추어 진다는 안내문에 승객들의 불만 가득 찬 고성이 오가고 있었다.

승객들 고성이 ‘갑질’ 같아 보였지만 직원들이 승객을 대하는 태도는 더 갑질이었다. 모르쇠로 일관하다 화가 치솟은 승객이 지연 사유에 대해 계속 따지니까 아침 김포공항 안개로 지연되면서 연이어 항공스케줄이 지연되었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미주·중남미 206개 노선을 운행한다고 광고하는 항공사가 아침에 안개로 인해 저녁 늦게까지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국내선 노선 중 제주노선을 제외하면은 거의 적자라고 한다. ‘황금노선’이라면 보다 더 적극적인 서비스를 통해서 이용객의 불편을 덜어 주어야 되는데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3시간 이상 지연되면 승객들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항공사 측은 ‘나 몰라라’ 식이다.

다른 항공사의 제주노선에서의 갑질은 또 있다. 대형여객기를 제주노선에 띄우다가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니까 제주노선에 투입되던 대형여객기를 해외노선으로 돌려 버리는 것이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상황에서 제주도민의 피해는 엄청나다. 노선 숫자는 같지만 승객 수송량이 작아져 급하게 도외로 가야하는 도민들이 항공권을 구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관광객들이야 몇 개월 전부터 여행사가 예약해 놓을 수 있지만 도민들의 급한 일은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항공사 발권장 앞에서 발만 동동거릴 수밖에 없다.

중소형 여객기를 투입하다보니 신선한 제주농산물의 유통에도 큰 장애이다. 항공사들이 올해 상반기에 농산물 운송비를 인상하자 항공물류회사들도 기회라는 듯 농산물 물류비를 인건비 상승 등 이유를 들어 덩달아 운송비에 2배 이상을 올리는 실정이다.

항공사들이 국내노선 중 황금노선인 제주노선에서 어느 정도 이윤을 챙기는 만큼 제주농산물의 운송비는 서비스 차원에서 보다 저렴하게 책정하는 게 바른 상도(商道)로 여겨지지만 그러지 않는다.

지금 다시 제2공항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그런데 제2공항 건설에 앞서 제주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에게 기본적으로 대형여객기를 보유하고, 필수 운항을 전제조건으로 한다면 제주기점 항공편 사정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사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대형여객기의 1/3 수준의 좌석을 가진 소형여객기만 매일 띄워본들 제주 하늘에 오가는 비행기만 많아지지 항공 좌석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항공사의 이윤보다는 제주도와 도민을 위한 항공정책이 나왔으면 한다. 지하수 취수량 증량을 안 해주면 제주노선에 소형여객기를 투입해 제주농산물 운송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식의 협박 아닌 갑질을 막지 못하는 도정에 답답함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면서 국방과 외교권을 제외하고 모든 권한을 이양 받는다고 하는데 이런 갑질하는 항공사의 제주공항 취항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신공항을 건설해도 항공사의 갑질을 막지 못한다면 차라리 육지와 제주 사이에 해저터널을 뚫어 제주와 육지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제주를 육지와 고속철도로 연결하면 공항건설을 위한 지역민과의 충돌도 해결되고 항공사들도 ‘갑’에서 ‘을’로 전환되지 않을까.

또 제주를 철도로 육지와 연결하면 청정 제주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해산물 등을 보다 싸게 육지로 반출할 수 있고 육지의 쌀과 많은 공산품들이 저렴한 운송비로 제주에 반입되어 제주물가도 하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이번 서울 나들이에서 겪은 항공사 갑질은 제주 운송교통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