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여 살려고 한다. 혼자 사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일 터이다.

부모의 품에서 나고 자라 형제들 틈에서 놀다 학교에서 가서는 친구들을 사귀며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어른이 되어 짝을 찾아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직장에서 동료들을 만나다가, 이제는 생활연령이 높아져서 나이 80세가 돼도 그 사회생활은 쭉 이어진다.

평생 사람들과의 끈을 자연스럽게 엮어가며 본능적으로 그런 생활을 안정된 삶이라 여기는 게 당연했는데 그마저도 변해서 혼밥이 흔해진 사회가 됐다.

난 2000년대 초반에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관공서 주변엔 고급식당, 고급술집이 흔했고 장사도 잘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곳에서 민간인과 공무원이 업무상 일로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마셨던 것을 소위 짬밥을 좀 먹고서야 알게 됐다. 지금은 상상이 안 되는 일이다. 몇 년 사이에 세상은 통째로 변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이 익숙했던 공무원조차도 실은 불편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모든 건 그동안의 사회적 삶에서 엮어진 호모사피엔스의 결정적 실수들에 휘둘린 것일 뿐이라는, 그 가식이 너무 익숙했을 뿐이라고 말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돼서 반기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음을 느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사람이 달라진 게 아니라 법이라는 사회적 틀이 통째로 바뀌니 원래 멀쩡했던 이들이 본연의 모습 그대로 보인 건 아닐까.

나의 눈에는 공무원들이 더 투명하게 지낼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진, 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열린혁신의 중심에서 국가정책을 앞장서서 시행하는 덕분에 우리 공무원이 아주 당당히 서게 되었다.

오늘도 우리는 서서히, 그러나 갑자기는 아닌, 김영란법이라는 혁신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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