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여파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 ‘뚝’
공동모금회 등 캠페인실적 작년 절반
기업·개인 나눔 정신 얼어붙은 형국

기부는 분배 양극화 해결의 한 방편
면세점 등 성장 업체 사회공헌 필요
제주 ‘수눌음정신’ 발휘 온기 확산을

 

우리 사회에는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어려운 이웃이 여전히 많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복지 시책이 강화되고 있지만 이웃의 온정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기부문화가 활성화해야 하지만 이 또한 불황 등 영향으로 여의치 못하다.

연말연시는 기부의 계절이다. 하지만 올해 도내 기부 현장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펼치고 있는 ‘희망 2019 나눔 캠페인’의 수은주는 지난 20일 기준 21.6℃ 였다. 한 달간 모금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 42℃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공동모금회의 올해 나눔 캠페인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3억6000만원 증가한 47억5000만원. 새해 1월 말까지 캠페인을 진행하지만 목표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도 지난 1일부터 ‘나눔이 희망입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누적 모금액은 4억8000만원으로 목표액(23억3000만원)의 20.6%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지역경제 불황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주머니가 든든해야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자기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는 남을 도울 겨를이 없다.

“지난해만 해도 기관이나 친목모임 등에서 송년기부가 잇따랐으나 올해는 뚝 그쳐다”는 게 공동모금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도내 단체의 경우 물품(쌀) 기부가 주류를 이루는데 올해는 이것이 거의 없다고 한다. 경기침체 여파가 기업의 기부활동을 위축시키고, 개인의 나눔 정신까지 얼어붙게 한 것이다.

실제로 도내 대표 산업인 관광이 부진하면서 여러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들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이달 20일을 기준으로 1272만2078명. 지난해 같은 기간 1311만8270명보다 3% 감소했다.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은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118만437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0만9005명에 비해 2% 줄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위축된 관광시장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관광객 감소로 여행업은 물론이고 숙박, 음식, 운수업 등 관련 업계가 줄줄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은 이중의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관광 침체에도 여전히 잘 나가는 업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면세점이다. 도내 면세점의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매출액은 2조4435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주지역 면세점 매출액이 2조원 돌파는 사상 처음이다. 그런데 면세점들이 도내 관광인프라에 기대어 큰 수익을 보고 있지만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있다.

지역 경제는 성장한다고 하는데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도민들이 많다. 이는 경제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부와 나눔은 분배 양극화에 따른 사회 갈등 구조를 해결하는 좋은 방편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기업들의 나눔 문화가 식어서는 안 된다.

면세점들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만큼 어려운 이웃돕기에 앞장서면 어떨까. 나눔 분위기가 얼어붙은 이 때 면세점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불우한 이웃에 대한 온정과 배려는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바탕이다. 제주지역에는 그동안 크고 작은 나눔의 현장이 많이 생겼다.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 도민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 상황으로 인해 나눔의 손길이 줄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건강한 제주공동체 구현을 위해서는 기업과 개인들이 나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제주는 과거부터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수눌음’의 정신문화를 지닌 지역이다. 기부를 하면 자신도 행복해진다고 한다. 연말연시 기부 분위기가 살아나 사랑의 온기가 지역에 퍼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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