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제주시내 주요 도로 노면 상태 (上)
내리막길 꺼진 노면 위험천만
파손된 방지턱은 제기능 상실
도로보수 통행량 등 고려해야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시 도로 노면 상태를 점검해 봤다.
  
22일 오전 10시 기자는 한라대학교 버스정류장에서 대기 중이던 365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운전 경력 40년인 버스기사와 인사를 한 뒤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출발하자마자 차체가 우측으로 덜컹 기울더니 이내 수평을 되찾았다. 
“여기 길이 안 좋다. 내리막길인데다가 중간 중간 도로가 움푹 패였어”
아무리 베테랑 기사라도 이런 도로 앞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좌석에 앉았지만 손잡이를 힘껏 움켜쥐었다. 노형오거리 방면으로 핸들을 꺾으며 버스기사는 “남문로 내려오는 길, 고산동산 내려오는 길도 많이 패여서 안 좋다. 포장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라는 말로 도로상태에 대해 얘기해줘다. 

그는 이어 “어린이 보호구역의 (미끄럼방지)붉은색 페인트가 칠해진 구간은 비올 때 오히려 더 미끄럽다. 내리막길 내려갈 때 차가 찌이익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엄청 위험하다. 몇 번 얘기를 했는데 시정이 되지 않고 있다” 고 하소연했다. 
버스기사는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 겪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기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도로상황은 더 열악해 보였다.

잠시후 버스는 ‘도호동’이라고 적힌 정류장 앞에 정차했다. 
“저기 좀 보세요”라는 기사이 말로 동시에 그가 가리키는 곳을 응시했다. 

정류장 바로 앞 도로 2-3m구간의 포장이 일부 벗겨져 있었고 그 위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쌓여 누런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비만 오면 저기는 흙탕물이 된다. 시골 비포장길처럼. 저렇게 된지 오래됐다” 마침 그 정류장에 버스 한 대가 들어왔다. 파헤쳐진 구간을 피해 왼쪽 차선을 일부 밟고 정차했다. 

곧이어 신제주로터리에 접어들자 앞에 달리던 버스가 3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갑자기 변경한다. “저기 방지턱 좀 보세요”라며 기사는 우측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방지턱 상당부분이 파손돼있었고 부서진 잔해들도 보였다. 앞에 달리던 버스는 그 구간을 피해 갑자기 차선을 변경했던 것이다. 로터리를 돌아나가면서 또 다른 방지턱이 더 심하게 파손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공항을 거쳐 용담동으로 진입한 버스는 또 다시 심하게 덜컹거렸다. 버스의 큰 흔들림에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손잡이를 잡고 있던 승객들의 손등 위로 굵은 핏줄이 섰다. 버스의 속도계를 봤지만 겨우 시속 30km를 가리키고 있었다. 도로를 확인해보니 한가운데 오수뚜껑 2개가 보인다. 뚜껑 주변으로 노면이 솟아있었다. 

버스기사는 남문사거리를 지나자 “반대편 도로가 아주 심한 편이다.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좋다"고 말을 건넸다.
기자는 버스에서 내려 건너편 시민회관 정류장부터 칼호텔까지 직접 걸어봤다.  
‘버스전용’이라고 적힌 도로 일부분이 5cm가량 불쑥 솟아 있었다. 도로가 용암처럼 녹아내리고 노란 주차선은 물결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제주시 건설과 관계자는 “한라대학교 인근도로는 포장한지 오래됐다. 2013년 노형2지구 도시계발 사업 당시 건설된 것”이라고 말했다. “칼호텔 인근 도로는 2014년 7월경에 포장됐다. 직접 확인해보니 지반에 조금씩 크랙이 가있었다”며 “그 구간은 아니지만 근처 다른 구간은 올해 보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기자가 취재한 결과 보수가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몇몇 구간들이 올해 보수 계획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시공한지 5년가량 지난 도로 모두 보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도로별 통행량과 주로 이용하는 차종이 상이할 텐데 재포장 주기는 비슷하게 돌아온다. 마치 통신사 약정기간 2년이 지난 뒤 갑자기 고장 나는 휴대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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