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 밥그릇 싸움에 아이들만 배고픈 하루가 됐다.

3일 아침 등굣길에 나선 김 모 군은(14) “바쁘기도 하고 안 먹어 버릇해서 아침은 안 먹었어요”라며 “점심으로 빵과 우유를 준다는데 배고플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9일 교육부·17개 시·도교육청과 노동조합 간 쟁의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중지’결정을 내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파업(이하 노동조합)이 3일부터 시작됐다.

이에 3일 제주도 내 188개 초·중·고등학교 중 73개 학교에서 급식 중단이 일어났다. 이 중 12개 학교는 도시락 지참으로, 57개 학교는 빵과 우유 혹은 도시락으로 급식을 대체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급식중단에 대한 문자발송과 안내장을 지난주부터 발송했으나 학부모들의 불편과 혼란은 피할 수는 없었다.

이 모씨(42)는 “설마 했는데 결국 파업한다는 소식에 어제 퇴근하면서 장 보고, 오늘(3일) 새벽부터 세 아이 도시락 싸느라 힘들었다”라며 “어른들 욕심에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건 너무하다. 빵과 우유 먹는 학교도 있다는데 애들이 얼마나 배고프겠냐”라며 항의했다.  

도내 교육공무직원은 1900여 명으로 22개 직종이 있다. 이 중 조리사·조리실무사가 823명으로 가장 많은 부문을 차지한다. 이번 파업에 참여한 조리 관련 인원이 3일 350명, 4일 196명, 5일 148명으로 급식 중단도 점차 호전된다. 4일에 40개교, 5일 29개교가 급식이 중단된다.

3일 내내 급식 중단인 학교는 27개교로 이 중에서 남원중, 효돈중은 3일 동안 단축수업을 시행한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20일에 ‘파업 대응 매뉴얼’을 각 학교에 배포 해 파업 단계별 대응사항, 직종별 대응사항, 파업 관련 준수사항 등을 안내했다. 이에 따라 각 학교 운영위원회는 급식중단에 도시락 혹은 빵·우유를 결정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파업 시 대체 근로자의 채용이 불가능하다”며 “급식 중단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만 대응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바란다”고 했다.

한편 우려했던 초등돌봄과 유치원방과후는 정상 운영됐다. 214학급 초등돌봄은 돌봄전담사 200여 명 중 80여 명이 3일 파업에 참여했으나 교직원 98명이 대체하고 2개 학급은 통합 운영했다. 유치원방과후과정은 166학급에서 교직원 3명이 대체해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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