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승차장 등 자전거도로 잠식
갓길없어 동호회원들 차도로 내몰려
비상식적 도로구조물 설치 개선돼야

자전거 도로 위로 버스정류장 부스가 불쑥 튀어나와 있다. 자전거 운전자는 차도를 이용하거나 자전거에서 하차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사진은 애월읍 자전거 도로

최근 제주의 환상자전거 길이 전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자전거길로 꼽히면서 전국에서 라이딩족이 몰려들고 있으나 개통한지 4년이 지나면서 도로 구조물 설치 및 노면 불량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폭이 1m가 채 되지 않은 좁은 자전거 도로가 갑자기 90도로 꺽이는 커브길. 자전거에 탑승한 채 커브길을 돌아나가기 어렵다. 

애월읍과 구좌읍을 중심으로 자전거 도로를 점검한 결과 주행로에 일반 차량이 주차돼있거나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뿐더러 도로설계 자체가 황당한 경우도 많았다. 폭이 1m가량의 좁은 커브길이 직각으로 꺾어져 있어 자전거가 도저히 코너를 빠져 나갈 수 없는 구간, 버스정류장 부스 사이를 관통해야 하는 구간, 우레탄으로 된 자전거도로가 갑자기 보도블록이 깔린 인도로 바뀌는 구간, 자전거도로 한복판에 교통신호등이 서 있어 주행을 방해하는 모습 등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자전거도로를 알리는 안내판이 도로 중간에 서 있어 운행을 방해하고 있다.

현장에서 자전거동회회 회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용두암에서 금능리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는 서울의 S자전거동호회 회원들은 주말을 이용해 라이딩을 즐기러 제주를 찾았다고 한다. 동호회 일원인 김모씨(45)는 “제주의 풍경은 좋지만 자전거 도로는 육지에 비해 미흡한 편이다. 자전거도로가 중간에 끊어지거나 안내문구 등 표식이 없어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며 “해안에서 마을로 들어서면 턱이 너무 많고 갓길조차 제대로 돼있지 않아 불가피하게 차도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훼손돈 자전거 도로가 몇달째 복구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한림읍 자전거도로 일부

제주도는 6년 동안 총 357억6천만원을 투입, 지난 2015년 234㎞에 달하는 환상자전거길을 개통했으나 5년이 채 되지 않아 도로구조물 설치 및 관리부실 등으로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도는 지난 7월 제주환상자전거길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계획을 밝힌 바 있으며 관계자는 “최근 도로확장 및 정비 구간이 많아져 도로구조물이 불가피하게 자전거도로를 침범하기도 했다. 이번 정비기간동안 제도 개선을 통해 도로 및 건축허가시 자전거도로 관련 부서와 협의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