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고경실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13일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고경실 미래통합당 예비후보

 삼국연의에는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아냈다’는 유명한 일화가 등장한다.


 만약 고경실 예비후보가 불출마 선언으로 본인을 희생한 결과, 통합을 굳건히 한 보수진영이 송재호·박희수 후보가 모두 살아있는 진보진영을 잡는 결과를 낳는다면 제21대 총선 제주시갑 선거구는 ‘죽은 고경실이 산 민주당을 잡았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고경실 예비후보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분열을 막고 보수진영 당선 기회를 박탈하지 않기 위해 불출마를 결정”한다고 발표하며 이번 총선 제주시갑 선거구의 선거구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제주시갑 선거구 보수야권에서는 미래통합당 경선(장성철, 김영진, 구자헌) 승자가 지지층 분열 없이 단독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 고경실 후보 불출마 ‘결단’

 고경실 예비후보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고 후보는 우선 “저에게 불리하고 불공정한 결정이었다 할지라도 제 개인을 위한 선택을 한다면 제주 사회는 다시금 분열될 것”이라며 “당에 입당한 만큼 당의 결정을 받아들일 줄 아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고 후보는 “저의 출마가 모처럼 보수 진영에서 당선자를 낼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며 보수분열에 대한 우려도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줬음을 내비쳤다.

 그는 “보수의 품격은 자기희생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의 세계에서 남을 교묘하게 속이는 모습이 정치고수처럼 비치는 대한민국 정치 현실이 저의 작은 희생을 통해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탈당계까지 제출해가며 무소속 출마를 독려했던 지지층에 사과도 있었다. 고 후보는 “열렬하게 성원해주신 지지자분들게 저로 인해 여러모로 큰 상심을 안겨드리게 되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불출마를 통한 지역사회 통합과 발전을 바라는 제 소망을 다시 한번 헤아려 달라”고 부탁했다.
  

▲유리해진 보수진영

 고 후보의 결단으로 인해 제주시갑 선거에서 보수진영은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박희수 후보가 송재호 후보의 전략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한 상태임을 고려한다면 단일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지지층 결집은 두 배의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통합당이 보수통합의 흐름을 타고 선거에서 승리해 고경실 후보의 결단을 ‘제갈공명’의 결단으로 만드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 민주당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또다시 4년 뒤를 기약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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