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편의점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30대 여성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범행 사흘 전부터 휴기를 지닌 채 범행 대상자를 물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여성 인터넷방송 진행자(BJ)의 관심을 사기 위해 사이버머니(별풍선 등)를 선물하며 돈을 탕진해 이번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제주서부경찰서는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강도살해)와 함께 시신은닉미수, 절도, 신용카드 부정사용 혐의를 받고 있는 A(29)를 검찰에 구속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50분께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편의점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피해자(39·)를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범행 다음날 긴급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택배 일을 하다가 지난 7월 그만둔 후 생활고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유족 측에서는 단순 생계형 범죄가 아닌 계획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에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살해한 제주 20대 남성의 신상공개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는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경찰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A씨가 자신 명의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 방송물에 빠졌고 여러 여성 BJ에게 사이버 머니를 선물하며 관심을 사는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전체 선물 금액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1회에 많게는 200만원 상당을 선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가 BJ 선물과 차량 대출, 생활비 등으로 5000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으며 수일동안 범행을 물색하고 원룸에서 흉기를 가지고 나온 점 등을 감안할 때 돈을 마련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범행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A씨가 범행 5시간만인 지난달 31017분께 범행장소를 다시 찾아 시신을 감추기 위해 옮기려다 미수에 그친 것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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