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1급 장애인에 의료비 지원 슬그머니 중단

1급 장애인인 현모씨는 지난달 24일 도우미의 도움으로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진료가 끝나고 병원 수납 창구에서 약을 받은 뒤 진료비를 지불하라 것이었는데 그 동안 1급 장애인을 위해 제주도의 지원이 최근 끊겼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었다. 으레 빈손으로 병원을 찾았던 현씨는 도우미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왠지 모를 분노가 치솟았다. 또 1급 장애인인 부모와 함께 최근 병원을 찾았던 조모씨도 진료비와 약값이 1만3000원(예전 5000원)이라는 얘기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달 19일 제주도가 1급 장애인에게 지원하던 의료비를 중단, 장애인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전 예고가 없었던 상태여서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을 조용히 묵살해 버리는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1급 장애인 대부분이 노인이거나 중풍환자로 소득이 없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어 제주도의 장애인복지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1993년부터 1급 장애인을 위해 병원 진료시 의료비 본인부담금을 지원해 왔는데 지난해 10억 원, 올해는 2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그런데 지난달 19일부터 제주도의 사업개정으로 1급 장애인들은 약국에서의 의약품 제조를 비롯해 외래 진료시 병원에서의 의약품 제조, 예약진료비 등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는 2800여 명의 장애인이 9800여 회, 2004년의 경우 2100여 명이 7000여 회에 걸쳐 의료비 혜택을 받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1급 장애인이 종합병원에서는 원내처방이 가능해 약제비를 본 사업비로 지원 받고 있는 반면 개인의원을 이용하는 경우 원내처방이 되지 않아 지원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 개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10억 원의 예산에도 불구하고 20억 원이 소요돼 올해 예산 20억 원 중 10억 원을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부터는 최대한 많은 예산으로 장애인들이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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