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20명, 교사 4명 미니학교에 최신 시설을 갖춘 도심지대형 학교가 부러워 할 만한 '들꽃 정원'이 만들어졌다.

별 다른 예산이 없는 탓에 퇴근 시간도 잊은 채 온실설치작업을 마무리한 교사들과 숱한 시행착오 끝에 제주도를 닮은 연못을 기어코 완성한 고시훈 조무원의 숨은 땀이 깃 든 탓이다.

조천읍 선흘2리에 위치한 함덕초등학교(교장 박전해) 선인분교장은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안성맞춤이다.

해발고도 320m에 위치한 선인 분교장은 분지형 땅으로 토질도 척박한데다 냉한 기온으로 개화시기가 다른 곳에 비해 늦어 학생들은 300백 규모의 운동장에 깔린 잔디에 만족해야 했다.

교사를 포함한 학부모들이 팔을 걷어 부친 것은 지난 2001년.
'사부일체(師父一體)'가 되어 3년의 고생 끝에 올해부터는 일년 내내 들꽃을 볼 수있게 됐다.

꿀풀, 꽈리, 기린초, 비비추 등이 한창 꽃을 피우는 정원의 가운데 자리잡은 연못에는 학부모들의 기억에도 아련한 수련을 비롯 부레옥잠,어리연꽃, 마름 등의 식물과 물방개, 게아재비, 소금쟁이 등도 살고 있다.

특히 아이들은 주변 오름의 들꽃들을 채취, 들꽃나라를 건설했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윤팜나물아재비,노루발풀,매발톱 등 무려 150여종에 이르는 들꽃들이 이 나라 구성원들이다.

아이들은 고구마, 깻잎, 상추 등 채소도 직접 길러 먹는다.
패스트푸드점 간판에 군침을 삼키는 도시 어린이들은 맛보지 못할 자연속의 학교 생활이다.

철 이른 메밀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한 선인분교장의 아이들은 고향을 떠나 딴 곳에서 살더라도 '메밀꽃 필 무렵'이 되면 들꽃 정원에서 생활하던 선흘2리를 금새 떠올릴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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