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행 비행기를 인천공항에서 타면 열 시간쯤 지나서 난디(Nadi) 공항에 도착하게 된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입국 시 피지공항이민국에서 보통 4개월 체류비자를 허용한다. 피지는 3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 비티레부섬(Viti Levu)과 바누아레부섬(Vanua Levu)이 두드러지게 큰 편이다. 비티레부섬(Viti Levu) 서쪽에 관광의 중심지인 난디(Nadi)가 있고 동남쪽 해안에 수도인 수바(Suva)가 있다. 난디에서 택시를 이용하여 네 시간 정도 달리면 수도인 수바로 갈 수 있다. 수바는 피지의 정치, 행정의 중심부일 뿐 아니라 주요 항구이기도 하다. 수바와 그 외곽도시에는 피지 도시 인구의 반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이 곳은 남태평양에서 가장 세련된 도시로 알려져 있고 남태평양 대학(University of the South Pacific)과 피지 박물관(Fiji Museum)등이 있다. 냉정한 눈으로 제주와 피지를 비교해 본다면 자연조건이나 관광인프라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제주가 더 유리하게 보인다. 하지만 제주가 피지에게 떨어지는 면이 있다면 사람들일 것이다. 피지의 사람들은 관광객을 비롯한 외지인들에게 매우 친절하고 호감을 나타낸다. 이러한 관심과 웃음은 교육을 통해서 배양된 것이 아니라 타고난 그네들의 천성처럼 느껴진다. 피지의 정치에서 인종간의 갈등이 표출되어왔다. 일상생활에서는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듯이 보인다. 호주인들이 피지로 들어와 사탕수수 및 금광 등의 지역 경제권을 장악해 나갔고 유럽인들이 피지인과 인도인 사이의 인종 갈등을 조장시켰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문제는 피지의 발전을 저해하여 왔다. 1970년 10월 10일 피지는 독립을 이루어냈고 영국식 정제를 도입했다. 정당들은 인종별로 나뉘어 연립했다. 1987년 불안한 출발을 보이는 가운데 피지인과 인도인이 함께 결성한 연립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여 피지인 수상이 선출되고 내각의 다수를 차지했지만 사람들에게는 새 정부는 인도인이 장악한 것으로 비춰졌다. 시티베니 라부카(Sitiveni Rabuka) 장군은 국회에 침입하여 무혈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라부카는 1991년 재선되었고 정치에만 전념하기 위해 군복을 벗었다. 1997년도에 인종간 차별개선을 골자로 하는 신헌법이 상곀臼坪?통과했다. 1999년 총선에서 인도계의 피지노동당(FLP)이 승리하여 쵸드리(Chaudhry)총리가 취임했으나 2000년 피지계 비즈니스맨 스페이트(Speight)가 또다시 쿠데타를 주도하였다. 2002년 일로일로(Iloilo)대통령이 스페이트에 대한 사형선고 직후 종신형으로 감형하였다. 정치가 피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피지의 정쟁은 우리 사회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면이 있다. 지역내의 분파를 만드는 것은 값비싼 대가를 지르게 한다는 것이다. 학연 혈연 지연에 의한 정치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피지인들은 문신을 하는 것에 대해서 큰 거부감이 없다. 무성의하게 낙서하듯이 그린 그림과 글자를 몸에 새기고 있었다. 이런 문신을 가진 사람들이 고등법원과 국회에서 고위직을 맡고 있다. 우리방식으로 생각하면 기가 막힐 일이지만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존중한다면 이해를 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자동차의 운전석도 우리 나라와는 반대편에 있고 도로에서의 주행방향도 반대이다. 피지와 제주는 관광산업이 중요도가 높고 생수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 피지워터도 삼다수 못지 않은 명성을 갖고 있다. 피지워터는 삼다수 보다 두 배는 더 비싸다. 피지는 제주와 많은 부분 비슷하지만 여러 면에서 다르다.

강   병   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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