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피서관광객들의 제주 항공권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사실 올해부터는 예년과 달리 제주항공이 본격적으로 저가(低價) 운항하면서 좌석 난이 그만큼 풀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게 아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도리어 예년보다 운항편수를 더 줄임으로써 휴가철 관광객들의 제주 나들이가 훨씬 힘들게 된 것이다. 대한-아시아나 양 항공사는 2003-2004년 여름철의 경우 1일 224~226편을 운항했었는 데, 올해는 201편만 운항할 모양이다. 하루 23~25편이나 줄여버린 것이다. 피서관광객들이 아무리 제주로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 국내외 항공사 소속 여객기들의 제주 노선 취항이 늘면서 이착륙 항공기 대수도 해마다 증가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제주국제공항은 활주로 등 시설이 이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다. 즉, 제주국제공항은 ‘항공기 이-착륙 허용 능력(슬롯)’의 한계에 와 있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항공기들을 무작정 이-착륙시키다가는 충돌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주공항의 국내선 항공기 이-착륙은 제한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관광객을 포함한 이용객들이다. 결국 제주로 오려는 관광객을 내 쫓는 주범은 바가지 요금도, 불친절도, 이용시설 불편도 아닌 바로 ‘비좁은 제주국제공항’ 자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연구원은 ‘제주광역도시 용역보고’에서 제주국제공항 이설확장이나 제2공항 건설은 2020년 이후에나 검토할 문제라고 말한다. 물론, 사업비 등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제주공항의 절박한 사정을 안다면 먼 미래 얘기하듯 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국토연구원은 경남-북, 대구, 부산 등에서 지역 경제인-자치단체들이 나서 동남권 국제공항을 신설하려는 활발한 움직임을 알고 있을 줄 안다. 거기에는 예산이 있어서 대규모 국제공항을 신설하려하고, 제주도는 예산이 없으니 먼 훗날에나, 그것도 검토쯤 해 보자는 것인가. 어찌 보면 영남(嶺南) 편을 든다는 오해라도 살 법하다. 국제관광지,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 특별자치도, 이 모든 것을 정체(停滯)시키고 싶지 않거든 당국은 우선 공항문제부터 해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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