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에 눈먼 농민들
제주시 관내서만 감귤원 ‘폐원 부적격’ 73농가 적발
혈세 8억 뻔...타 시.군 정밀조사 시급
제주시 신청량의 16%가 ‘허위’판명


제주시 영평동에 1700평의 감귤원을 소유한 P씨.
P씨는 최근 제주시에 자신의 감귤원을 폐원하겠다면서 동사무소를 통해 감귤원 폐원을 신청했다.

그런데 제주시 조사단이 이달 초 P씨의 감귤원을 확인한 결과 현장에 나갔던 조사단 모두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감귤나무는 보이지 않고 P씨의 감귤원에는 감귤나무 보다 큰 키의 각종 잡목들과 잡초들이 밭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조사단은 P씨의 감귤원이 3년 전부터 방치된 것으로 판단, P씨 감귤원을 사업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제주시 오등동에 감귤원 2800평을 소유하고 있는 A씨도 수년간 방치했던 감귤원을 폐원하겠다고 신청했으나 역시 ‘부적격 감귤원’으로 판명돼 폐원사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처럼 이미 감귤원 역할을 상실, 방치했던 자신들의 감귤원을 폐원하겠다고 제주시에 신청서를 제출했던 상당수 농민들이 부적격 대상자로 적발됐다.

제주시는 이와 관련, 14일 지난달부터 감귤원 추가 폐원사업에 신청서를 접수한 뒤 해당 감귤원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73농가의 감귤원 35.97ha(약 10만7900평)을 ‘부적격 감귤원’으로 판정한 뒤 사업대상에서 배제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제주시는 지난달 동사무소 등을 통해 385농가로부터 219ha에 대한 감귤원 폐원 신청을 접수했다.
결과적으로 전체 신청물량 가운데 면적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16.4%가 ‘폐원 부적지 감귤원’인 셈이다.

이처럼 부적지 감귤원이 대거 폐원사업 대상에 신청된 것은 농가들이 감귤원을 폐원할 경우 전체 사업비의 80%인 ha당 2400만원씩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시가 이번에 적발한 농가들이 모두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면 이들 농가에는 최소 8억6328만원의 ‘혈세’가 지원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상당수 농가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지원에 눈독을 들여 폐원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폐원사업을 벌이고 있는 서귀포시와 남.북제주군 지역 신청 감귤원들에 대한 정밀 조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제주도는 올해 감귤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 감귤원 추가 폐원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시.군(괄호안은 사업 목표량)을 통해 폐원 신청량을 접수하고 있는데 그 결과 제주시 219ha(150ha)를 비롯해 서귀포시 112ha(100ha), 북제주군 691ha(660ha), 남제주군 589ha(590ha)등 모두 1611ha를 접수했다.

제주도는 이처럼 시.군별로 배정된 계획물량에 따라 내달 말까지 폐원사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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