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제주시 도두하수종말처리장의 대형 유출 사고는 오로지 ‘유비무환(有備無患)’을 까먹은 행정기관의 큰 잘못 탓이었다. 도두하수종말처리장은 30만 제주시민이 배출하는 하루 9만1000t의 생활 오수를 정화처리하기 위해 1994년 3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대형 하수처리시설이 지난 8일 변전실 고압자동절체개폐기 고장으로 1000여t에 이르는 탁한 오수(汚水)가 흘러 나와 도두리 부근바다를 오염시키고만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 못한 직접적인 원인은 반드시 있어야할 ‘비상 저류조’를 갖추지 않은데 있었다. 도두 하수종말처리장이 가동 된지가 13년이다. 그 동안 제주시 당국은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환경 오염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시설 운영관리 점검에 얼마나 나태했으면 없어서는 안될 ‘비상 저류조’를 지금까지 만들지 않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만약 ‘유비무환’으로 넉넉한 용량의 비상 저류조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면 이번과 같은 유출사고는 예방할 수 있었다. 이번 사고의 이면에 깔려 있는 문제는 비단 비상 저류조의 미비뿐이 아닌 것 같다. 문제된 고압자동절체개폐기를 비롯한 노후 시설 개-보수 등 수시 종합 점검도 소홀했던 모양이다. 평소 행정기관들이 그토록 쓰기 좋아하던 ‘유비무환’이란 말이 앵무새 흉내 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꼭 하수종말처리장만이 아니다. 풍수해-가뭄-교통사고-안전 사고-정전 등 생명과 재산, 생활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모든 위험요소에 대해 철저한 유비무환 정신이 필요하다. 이점 특히 제주특별자치도가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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