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의 부정(否定)에도 불구하고 법원-검찰-변호사 세 바퀴는 여전히 ‘법조3륜(法曹三輪)이다. 그러나 이 ‘법조3륜’이 요즘 심각한 갈등에 휩싸인 것은 불행한 일이다. 발단은 최근 이용훈 대법원장이 광주-대전 등의 고법과 지법을 순방하면서 검찰과 변호사를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데서 비롯되었다.

“사법(司法)의 중추는 법원이고, 검찰과 변호사단체는 사법부의 보조기관이지 무슨 세 바퀴냐....변호사들이 내는 자료라는 게 상대방을 속이려는 문서인데, 그걸 믿고 재판하는 건 곤란하다....검사는 법정에서 수사기록만 던져 놓고 유죄 입증을 위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밀실에서 검사가 작성한 수사기록을 내 던지라”는 등의 표현들이 그것이다.

물론, 이용훈 대법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의도적으로 검찰과 변호사들을 비하하려는 데서 나온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사법부가 그 동안 실추되었던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법원 내부를 강하게 질책하고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인 줄 안다. 그리고 발언의 근본 취지가 거두절미(去頭截尾)된 채 정제되지 않는 표현들만 전달됨으로써 더 큰 파문을 불러들인 측면도 없지 않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발언으로서는 지나치게 품격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래서 검찰과 대한변협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도리어 반응이 없다면 더 이상할 정도였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사법사상 처음으로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시한 것이나, 천기홍 대한변협회장의 “이용훈 대법원장 즉각 사퇴” 촉구도 그러한 반발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강성 발언이 더 이상 ‘법조3륜’의 큰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대법원장의 발언이 적절치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재야 법조계에서 거론하듯 탄핵,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 등 막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검찰총장의 유감표시와 변협의 사퇴촉구로 할말을 했으므로 이제는 그 만 싸움을 접는 게 좋다.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면 그 틈바구니에서 손해보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