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본난(本難)을 통해 “유감’이란 말로 언어를 농락하지 말고 사과한다는 말로 정직해져라”고 여러 번 촉구한 바 있다.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가 “사과한다”는 말을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유감’이라는 표현으로 국민을 현혹시켜 왔기에 한 얘기다. 그런데 다행한 것은 비록 제주도에 국한 된 현상이기는 하나, 한달 사이에 도내 고위 공직자들이 ‘유감’이란 표현 대신 “죄송하다”는 진솔한 말로 바꿔 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한나라당 제주도당 강상주 위원장이 5?1지방선거 금품공천과 관련, 도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 깊이 사과 드린다”며 사죄했다. 10월초에는 양성언 교육감도 도민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여교사의 학부모에 대한 폭행사건 때문이었다. 양 교육감은 “백배 사과한다”는 말로 용서를 구했다. 만약 이들 고위 공직자들이 도민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사과’를 하지 않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따위의 언어나 농락했다면 제주도민들은 그들에게 도리어 괘씸 죄 하나를 더 추가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들은 솔직하고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함으로써 실추된 신뢰와 명예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엊그제 김태환 제주특별자치도 지사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자마자 도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 것도 그런 의미에서 참으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김태환 지사는 이날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경위가 어떻든, 모두가 저의 부덕의 소치임을 통감,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지사는 기소 사항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사법부 판단에 맡기되 그에 따른 모든 비판과 책임은 자신이 질 것임도 밝혔다. 사실 제주도민들은 김태환 지사 검찰 수사로 갓 출범한 특별자치도의 앞길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기소된 김 지사가 도민에게 사과를 드리고 모든 비판과 책임을 떠 안겠다는 포용력까지 보인 것은 그의 유무죄를 떠나 옳은 생각이다. 김태환 지사 역시 ‘유감’이 아니라 ‘사과’를 진솔하게 구한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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