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수욕장에도 이용객 위주 편의제공과 이벤트가 필요하다.
국내 몇 몇 지역만 관광지로 인식되던 것이 각 지자체들마다 특성있는 상품을 개발, 관광객 유치에 발벗고 나서는 것이 요즘 풍경이다.

자연 조건 등 여름 관광 인프라면에서 제주에 뒤 처진 지자체들은 이를 의식,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름 휴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내 해수욕장은 당국의 무관심속에서 '관광객을 위한 피서지'라기보다는 '여름 한 철 보기'식의 형태가 펼쳐지고 있다.
한마디로 '오기 싫으면 그만 두라'식이다.

도내 해수욕장의 이벤트라 해봐야 개인업자들이 운영하는 일부 '놀 거리'를 제외하면 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노래자랑'등이 고작이다.
그나마 이 예산도 계절 음식점 업주들이 모아 마련하는 탓에 소규모로 열려 관광객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도내에서 피서객들이 자주 찾는 이호, 함덕해수욕장 등의 운영방식도 구태가 여전하다.
계절 음식점 주인들은 각 마을에 일정 금액을 내놓고 장사채비에만 1000여만원 이상을 소요하고 있다.

비 날씨를 제외하고 50일 정도를 장사한다고 치고 재료비, 인건비 등을 합치면 하루 50만원 매출은 올려야 본전인 셈이다.
행정당국에서 권하는 음식값을 받고 서는 암담할 따름이다.

짧은 기간동안 투자금을 회수하고 일정 이익도 챙기려다 보니 시중가격보다 음식값이 높아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나마 태풍소식이라도 전해지면 본전 생각이 조급증을 부채질한다.
자연 목소리가 커지고 음식가격도 올라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들의 표정만 일그러지기 쉽다.

단속위주의 지도보다는 계절음식점, 주민, 관광객 모두에게 이익을 주는 절충안을 찾아 청정 환경과 함께 다른 지방을 압도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한 것도 이 탓이다.

이와 관련 북제주군의 관계자는 "해수욕장에 대한 별도의 대책을 갖고 있지 않다"며 "바가지 요금이 근절되도록 수시로 단속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런 모습이 싫은 도민이나 관광객들은 모래사장이 있는 한적한 해변을 찾기도 한다 .

현재 북군에서 관리하는 비지정해수욕장은 구좌읍지역만해도 3개 마을 이상이다.
여기서도 자릿세가 든다 .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제주를 찾은 김모씨(42)는 "복잡한 것이 싫어 해수욕장이 아닌 곳을 찾았는데도 돈을 요구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물론 불쾌한 것은 도민들도 마찬가지.
마을측은 그들대로 청소비 및 복구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마을 자체 결정을 피서객들에게 강요하는 셈이다.

북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마을마다 자체로 피서객들에게 돈을 받는 것은 알고 있으며 군에서 뭐라 할 사항은 아니"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별도의 예산은 없다"고 밝혔다.

다른 지방에서 피서객을 맞기 위해 벌이는 노력은 기발하면서도 정성이 엿보인다.
부산 해운대와 송정 해수욕장은 전국 처음으로 수영복을 입은 채 카드 한 장이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전자화폐인 '해운대 서머 비치 카드'를 운영하고 있다.

수영복 차림으로 간단한 물건을 사려면 탈의실을 다녀와야 하는 불편을 덜겠다는 취지.

해운대와 광안리 인근 음식점들은 고속철도 승차권 제시하면 음식값을 10% 할인해 준다.

제주에서는 한번 쓴 항공권이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속초해수욕장은 숙박업소 78곳과 음식점190곳을 속초시 홈페이지에 운영하는 '인터넷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부당요금을 받거나 불편사항이 3회 이상 게시되면 인터넷에서 자동으로 삭제되는 '삼진 아웃제'가 특징.
경남 김해군 상주해수욕장은 입장료 무료 '바가지요금 없는 해수욕장'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당장 수입은 줄겠지만 '황금 알 낳는 거위를 잡아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전북 고창군 구시포 해수욕장 및 해리면 동호 해수욕장 번영회에서는 출향인사 3000여명에게 '고향에서 피서하기' 서한문을 발송했다.

같은 돈이면 고향을 위해 써달라는 읍소작전이다.
전남 함평군 함평돌머리해수욕장은 다음달 10일 갯벌 생태체험 학습장을 여는 한편 '매주 한차례 인공수영장에서 장어잡기'로 피서객의 구미를 당긴다.

서해안 최대 해수욕장인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의 보령 '머드축제'는 이미 국내외에 성공한 축제로 성가가 높다.

충남 태안군 청포해수욕장은 국내외 100여개팀이 참가하는 '서해 국제 인디뮤직 페스티벌'로 여름밤하늘을 흔들고 있다.

이쯤 되면 비싼 항공료를 물면서 제주 바다를 찾으라고 권유하기가 조금은 미안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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