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중문관광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 제4차 협상이 27일까지 계속된다. 과연 한-미간에 제주 감귤문제가 어떻게 조율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협상 첫날인 그제, 김태환 제주도 지사가 양대성 의회의장, 지역 출신 국회의원 등과 함께 한-미FTA 양측 대표들을 만나 감귤의 협상품목 제외를 요구한 것도 도민들이 감귤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제주도민들에게 일말의 기대를 걸게 하는 것은 이 자리에 참석했던 웬디 커틀러 미국측 대표의 발언이다. 그는 김태환 지사 등의 요구에 대해 “제주 감귤 문제는 문화적, 역사적 측면에서 판단해 협상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즉, 제주 감귤은 경제적-상업적 측면을 벗어나 제주지역의 문화적-역사적인 측면까지를 고려해 협상에 임하겠다는 얘기다. 우리는 커틀러 미국 측 대표의 표현만을 놓고 볼 때 그의 감귤에 대한 생각이 지극히 정상적인데다, 더 나아가 제주 감귤의 역사-문화적 가치에 대한 형안(炯眼)까지 갖고 있어 적이 희망을 갖게 한다. 사실이 그렇다. 감귤은 과거 500여 년이래 제주 역사-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해 왔다. 왕실의 진상품으로, 없어서는 안될 한약재로,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의 사색과 정서함양의 도량역할을 했던 귤림추색(橘林秋色)으로, 그리고 1~3차 산업을 동시에 실현시킨 농업-가공-관광의 색다른 자원으로 제주도의 전통문화, 생활문화를 뿌리 내리게 했다. 따라서 한-미FTA 결과에 따라서는 제주도의 경제-상업을 몰락시킬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문화-역사를 말살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커틀러 미국측 대표가 꿰뜰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커틀러 대표의 ‘제주감귤 제외 검토’ 발언이 FTA 반대 시위자들의 마음을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용이 아니기를 바란다. 커틀러 자신이 얘기한 대로 제주도의 경제적, 상업적 측면과 함께 문화-역사적 측면까지를 고려해 감귤을 꼭 협상 대상에서 제외 해 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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