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서 한국 할머니 역   

“웃기고 가슴 아픈 것 이상”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TV 매장에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연합]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 TV 매장에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연합]

영화 '미나리'에서 보편적이지만 뻔하지 않은 할머니 연기로 할리우드를 매료한 배우 윤여정은 데뷔 이후 55년 동안 9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같은 연배의 여배우들이 외모 등으로 스타덤에 올라 주연을 꿰차고, 나이가 들면 원숙미를 강조하는 과정을 겪었다면, 윤여정은 데뷔 초반부터 강렬한 작품에 도전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동년배 배우들과는 다른 색깔의 연기를 선보였다.

26일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미국 남부 아칸소주 시골로 이주한 딸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포브스는 윤여정의 50여년 연기 경력을 소개하며 “독특한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오스카 레이스를 점치면서 “윤여정의 역할은 엄청나게 웃기고 약간 가슴 아픈 것 이상”이라며 “영화를 좋아한다면 그녀도 사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는 윤여정이 배우로서 추구해온 신념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필생의 목적이 무엇을 하든 다르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은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김기영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화녀’(1971)와 두 번째 작품인 ‘충녀’(1972)에서 윤여정은 주인집 남자를 유혹하는 가정부, 첩으로 들어간 집에서 극에 달한 히스테리를 부리는 역으로 당시 20대 여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

드라마 ‘장희빈’(1971∼1972)에서도 악녀 연기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의 악역 연기에 몰입한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아 CF 모델에서 하차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그는 시작부터 ‘욕망에 충실한 여성’ 캐릭터로 각인됐다.

드라마에서는 좀 더 전형적인 할머니와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편이다.

그러나 윤여정은 스테레오 타입의 역할도 최대한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면서 늘 원형보다는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편이다.

특히 원로 작가 김수현과 인연을 맺으면서부터 이런 모습이 눈에 띄었다.

윤여정이 미국에서 돌아와 재기할 수 있게 해준 작품도 김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1992)였다.

윤여정은 재기에 성공한 후에도 드라마에서 수없이 많은 역할을 개성 넘치게 소화하며 친숙하지만 뻔하지 않은 한국 할머니 겸 엄마로 각인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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