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기획–제주에서 만나는 세계
⓹제주서 제3의 인생 설계한 김체린 다문화 강사
남편 사망에 기구한 삶…새 가정 꾸려 행복 되찾아

김체린씨(맨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다문화음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김체린씨(맨 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가 다문화음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필리핀 출신의 김체린씨(54)는 제주에서 제3의 삶을 설계해 살고 있는 이주여성이다. 필리핀에서 대학 강사로 근무했던 김씨는 2003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제주로 이주했다.

2007년 딸을 낳으며 여느 가정과 다름없는 행복한 삶을 살던 김씨는 그해 남편이 간암으로 사망하자 평범한 일상이 깨졌다.

남편이 사망한 이후 김씨는 제주의 모 학원 영어 강사를 하면서 어린 딸을 돌봤다. 젖먹이 딸 육아에 경제활동까지 ‘이중고’를 겪는 등 억척스런 삶의 연속이었다.

그의 기구한 삶을 보듬어 준 건 지금의 일본인 남편이다. 김씨는 사망한 남편의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고 2010년 일본인인 학원 원장과 재혼했다. 필리핀 출신의 엄마, 일본인 아빠, 한국인 딸 등 3개국이 함께한 가정이 꾸려진 것이다.

김씨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다문화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 16일 제주시 김녕어울림센터에서 제주매일이 주최한 다문화가족 문화교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다문화음식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 강의를 진행했다. 그는 강의를 통해 필리핀 전통 음식인 ‘룸삐아’를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함께 조리했다.

룸삐아는 한국의 김말이튀김이나 일명 ‘춘권’이라고 불리는 만두튀김과 비슷해 보인다. 각종 야채와 고기를 갈아 버무린 다음 라이스페이퍼로 말아 튀긴 음식이다. 김씨는 “룸삐아는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음식이지만 필리핀 전통 음식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있는 음식인 만큼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반응도 좋았다. 마을주민 고영희씨(68)는 “맛있는 음식을 통해 필리핀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며 “이러한 다문화 교육이 자주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문화 차이로 적응하기 벅찬데다 전 남편의 사망으로 한국생활이 상당히 힘들었지만,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다문화강사를 하면서 보람과 활력을 얻었다”며 “강의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었고, 어린이들로부터는 ‘존경스럽다’는 말도 들었다. 이런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앞으로도 필리핀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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