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상대 ‘신용업무 취급 불승인 처분 무효소송’ 패소
신용 점포 확장 시도‧최근엔 유통사업단 해체 결정 ‘물의’
품목 농협 설립 목적 ‘농산물 유통‧경제사업’ 등한시 지적

제주감귤농협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감귤농협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감귤농협(조합장 송창구)이 품목 농협의 설립 목적인 ‘농산물 유통‧경제사업’을 등한시 하고 돈벌이가 쉬운 ‘신용 점포’ 확장을 시도하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품목 농협의 설립 목적이자 존재 이유인 ‘농산물 유통’을 포기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감귤농협은 농협법 제108조에 따라 감귤농사를 짓는 조합원에게 필요한 기술‧자금 및 정보 등을 제공하고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 확대 및 유통 원활화를 도모해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 향상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품목조합으로 현재 조천, 위미를 비롯해 도내 1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그러던 중 감협은 2020년 7월 농협중앙회(제주지역본부)에 위미와 조천지점에서 신용업무를 취급하게 해 달라며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그해 12월 말 △점포 설치 시 계통간 분쟁‧갈등 가능성 상존 △3년 이내 흑자 결산 불투명 예상 △전무이사가 정한 ‘신용점포설치승인평가표’상 기준 점수(60점) 미달 △이해관계 조합장과의 신용점포 설치 합의(동의) 미진 등을 이유로 신용점포 승인을 불허했다.

농협중앙회는 당시 “2013년 대비 조천 위미 지역 점주 여건이 뚜렷하게 향상된 점이 없고 팬데믹, 저금리 기조 및 금융 불확실성 확대, 비대면 거래 증가, 인터넷 전문은행 등장, 시중은행 금융점포 통폐합 등의 추이를 감안하면 신용점포 확대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감협에 요청했다.

이사회 결정에 따라 신용점포를 늘리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린 감협은 소송전을 통해 신용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감협은 2021년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신용업무 취급 불승인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원고 감협의 소송을 기각했다.

재판과정에서 감협 측은 “각 지점에서 원고가 신용업무를 취급하는데 피고의 승인이 필요 없음에도 피고가 아무런 근거 없이 이 사건 불승인 처분을 한 것은 무효이고, 설령 이와 달리 피고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보더라도 이 사건 불승인 처분은 피고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것으로서 그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재량의 일탈‧남용에 해당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감협 측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감귤농협은 1심 판결에 불복해 7월말 항소한 상태다. 제주감협 관계자는 “위미(800여명)와 조천(700여명)지역 조합원들의 금융거래 편의를 위해 신용점포는 꼭 필요하다”며 “1심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심에서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감협이 유통사업단을 폐지하고 신용 점포를 늘리기 위한 행보를 두고 현장 조합원들과 협동조합 전문가들은 적절하지 못한 행태라고 지적한다. 특히 감귤농협이 품목농협의 설립 목적을 망각한 처사를 보인다고 우려한다.

다른 지역의 한 협동조합 전문가는 “품목농협 설립 목적은 전문품목 생산, 선별, 가공, 유통사업의 비용 절감 및 농가수취가격을 높여 조합원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지위 향상이다. 이에 따라 품목농협은 농민들의 판매, 구매, 가공 사업을 통한 농산물 소비 촉진과 고품질, 저렴한 가격 판매구조 등을 통해 농업인 소득증대가 주요 활동”이라며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감귤농협이 결정한 내용들을 보면 품목농협의 설립 목적과 상당한 괴리감이 있고, 조합원 편익과 유통사업 분야에서의 적자 등을 명분으로 편하고 쉬운 길을 통해 돈벌이하려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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