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愛빠지다-‘알고보는’ 제주돌문화공원 ⑤]
화산탄 등 섬 형성과정서부터 오랜 세월의 흔적 ‘오롯이’
복합문화공간 특별한 전시·공연 풍성…실감콘텐츠도 추가

제주돌문화공원의 야외공원은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신화가 중심 테마라면 실내공간은 ‘화산 섬 제주’의 돌 이야기가 핵심이다.

우주와 지구, 한반도의 지질, 제주의 화산활동, 오름, 동굴 등 제주의 시작부터 작은 조약돌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제주도의 탄생 배경을 지루하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날이 좋은 때는 야외 잔디공원을 두 발로 꾹꾹 밟으며 자연 속 제주문화를 감상하고 비가 오거나 햇빛이 강해 걷기가 어려운 날에는 실내공간 위주로 돌아보는 것도 제주돌문화공원을 관람하는 탁월한 선택이다.

겨울에는 유리창 넘어 눈 덮인 야외공원을 보는 것도 운치있다

제주돌문화공원 실내공간은 크게 제주돌박물관과 2024년 개관 예정인 설문대할망관이 있다.

여기에 상설복합문화공간인 오백장군갤러리가 더해진다.

2006년 개관한 돌박물관은 지하2층 수장고를 비롯해 지하 1층에는 제주형성 전시관과 돌갤러리, 제주수석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사진은 돌갤러리 입구 전
2006년 개관한 돌박물관은 지하2층 수장고를 비롯해 지하 1층에는 제주형성 전시관과 돌갤러리, 제주수석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됐다. 사진은 돌갤러리 입구 전

# 구릉지에 형성된 자연친화적 돌박물관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물장오리를 상징하는 지름 40m, 원둘레 125m에 이르는 제주돌문화공원의 호수연못은 사실 돌박물관 옥상이다.

지난 2006년 3월 개관한 9900㎡(3000평) 규모의 돌박물관은 지하2층 수장고를 비롯해 지하 1층에는 제주 화산활동 과정을 설명해 놓은 제주형성 전시관과 돌갤러리, 자연석의 오묘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제주수석상설전시관으로 구성됐다.

돌박물관은 깊이 8m로 패여 있던 낮은 구릉지에 지하 1.2층의 내부공간을 만들어 건축물이 지상으로 돌출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바농오름과 주변 숲 등 주변 자연과의 이질감이 전혀 없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1989년 12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10년 간 생활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부지를 침출추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돌박물관으로 조성했다는 점도 놀라운 사실이다.

특히 돌박물관 옥상인 호수연못 밑 원형전시관 내 12개의 원형기둥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달처럼 1년 열두 달을 의미하고 그 지구 자리에 제주도를 배치해 제주도를 중심으로 달이 돌고 있다는 것을 상상함으로써 좀 더 제주가 존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돌박물관 내 제주형성 전시관에는 화산섬 제주를 지질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상 등이 마련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고 돌갤러리에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얼굴로 다양한 표정을 짓듯 나무 기둥 위에 제주자연석을 배치한 두석상이 조화롭게 전시돼 있다.

화산활동이 이뤄지면서 분출된 마그마 방울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다 굳어진 화산탄도 볼 수 있다.

제주수석상설전시관에는 인공의 힘이 가해지지 않았지만 조각해 놓은 듯 신비로운 자연석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수석은 형상의 기묘함이 뛰어나 수석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오는 10월에는 돌박물관 영상실에 최근 박물관에는 다 있다는 실감콘텐츠 감상실이 문을 연다.

돌박물관 영상실 바닥과 천정 등 5면을 활용한 실감콘텐츠는 제주형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예술성을 바탕으로 화산섬 제주의 형성과 관련한 새로운 해석, 제주돌문화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라이브스케치를 통해 어린이 체험공간을 확충하며 가족단위 관람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오백장군갤러리 지하 1층에는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된 조록나무뿌리 형상물이 전시돼 있다.
오백장군갤러리 지하 1층에는 제주도기념물로 지정된 조록나무뿌리 형상물이 전시돼 있다.

# 한적한 공원 분위기 장점 살린 실내외 공연도 잇따라

제주돌문화공원은 시내권에서 떨어져 있지만 한적한 공원 분위기와 제주의 자연과 신화, 역사를 잘 담아내고 있는 특성 때문에 특별한 공연과 전시가 열린다.

그중에서도 피아니스트 겸 음악 프로듀서인 양방언의 제주무대로 제주돌문화공원이 단골처럼 뽑힌다.

지난 코로나19 이전에는 제주돌문화공원 곳곳의 현무암 거석, 숲, 오름을 배경처럼 펼쳐놓은 수상무대에서 제주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양방언과 국내 뮤지션들이 특별한 무대를 수차례 선보인 바 있다.

제주돌문화공원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전시도 곧잘 만나볼 수 있다.

오백장군 상징석이 사열하듯 지키고 서 있는 또다른 실내공간은 오백장군갤러리다.

지하 1층, 지하 2층에 수장고와 기획전시실, 공연장 등으로 꾸며진 오백장군갤러리는 상설복합문화공간으로 도내외 예술인들에게는 창작의욕을, 도민과 관람객들에게는 국내외 예술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런 취지에서 제주돌문화공원관리사무소는 매년 기획공모전을 통해 제주의 자연과 신화, 역사, 문화 등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참신하고 실험적인 전시 주제와 연출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시실에서는 김영중 작가의 ‘물숨, 그 생명의 소리’가 진행되고 있다.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시실에서는 김영중 작가의 ‘물숨, 그 생명의 소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기획전시는 지난 5월 10~7월 3일 장은철 작가의 ‘바람이 만든 이야기, 제주의 돌과 나무’가 개최된 데 이어 지난 7월 11일부터는 1978년 제도권 미술에 반기를 들고 다양한 기법의 미적탐구를 해왔던 김영중 작가의 ‘물숨, 그 생명의 소리’가 마련되고 있다.

오는 9월 13일부터는 예술영화를 여러 편 연출하고 최근 몇 년전부터 제주에서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반경을 넓히고 있는 민병훈 감독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가 열리고, 홍진숙 작가의 ‘곶자왈 숨, 용천수의 꿈’이 올해 기획전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오백장군갤러리 지하 1층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제주자연의 신비감이 보물처럼 숨어있다.

조록나무뿌리 형상물이 그 보물들이다.

수 백 년 동안 바위를 밀치며 땅 속 깊은 곳에서 생명의 물줄기를 빨아올리다 결국 고사된 조록나무의 뿌리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단단한 부분만 남아 놀라운 추상미를 형성하고 있다.

조록나무는 열에 강하고 물에 뜨지 않는 특성 때문에 대들보나 기둥, 참빗 등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이 조록나무뿌리 형상물은 고유성과 희귀성을 인정받아 1972년 제주특별자치도기념물 제25호로 지정됐다.

# 설문대할망전시관 2024년 개관…20년 넘은 장기사업에 마침표

제주돌문화공원의 핵심 실내전시관이 될 설문대할망전시관은 2024년 개관을 앞두고 있다. 장장 20년 넘게 진행되는 제주돌문화공원 조성사업의 대미를 장식하는 의미도 있다.

설문대할망이 하늘을 향해 누워있는 형상을 한 다목적공간으로 그려진 설문대할망전시관에는 탐라순력도 등 인체의 상징에 따라 시대별 민속문화 등이 전시될 계획으로 현재 건물 내.외부 조성작업은 완료돼 영화 ‘마녀2’ 등이 촬영되기도 했다.

개관 전부터 관심을 받고있는 설문대할망전시관은 제주문화의 정체성과 향토성, 예술성 삼위일체의 진수를 담아내며 제주돌문화공원의 중심축을 예고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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