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다문화가정 기획–제주에서 만나는 세계
[인터뷰] 김효주 제주시가족센터 다문화특성팀 총괄 팀장
“한국어 교육 환경 조성 성과…지속성은 한계” 진단
“가정 도움 절실…이주여성 선택 믿고 자신감 가져야”

김효주 제주시가족센터 다문화특성팀 총괄 팀장이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김효주 제주시가족센터 다문화특성팀 총괄 팀장이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자신의 나라를 떠나 한국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결혼이주여성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제주의 다문화 혼인 건수는 226건으로 전국 1만6177건의 8.8%를 차지한다. 이는 지역별로 보면 충남(9.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처럼 제주는 전국에서 다문화 혼인 비중이 월등히 높은데다, 다문화 출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지금의 결혼이주여성은 과거에 비해 경제력과 한국어 능력은 향상됐지만 여전히 한국어와 문화적 차이에 대한 어려움은 존재한다. 특히 제주방언은 한국인들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제2의 언어’라고 인식할 정도여서 이주여성들에게는 ‘이중고’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언어 소통의 어려움은 가정의 주된 갈등 원인으로 작용한다.

제주시가족센터(센터장 이영은)에서 다문화특성팀을 총괄하는 김효주 팀장은 “결혼이주여성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라며 “모국을 떠나 남편만 믿고 한국에 왔기 때문에 가정에서 도와야 한다. 남편이 돕지 않으면 혼자 공부를 해도 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부부가 대화하는 비중에 따라 한국어 실력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혼과 사별 등 한부모 가정의 경우 생계 문제에 허덕이면서 한국어를 빠르게 잊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9월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제주지역 결혼이민자 중 약 8%가 한부모 가정이라고 추정했다. 이들 중 92.8%가 여성이다. 다문화 배경과 한부모 특징으로 일반 결혼 이민자나 한국인 한부모보다 가정폭력 피해, 체류자격 불안정, 한국어 소통, 자녀 양육과 교육, 주거비 마련, 취업 등에 더 취약한 환경과 사각지대에 처하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팀장은 “이주여성들이 일을 할 때 같은 민족국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한국어를 빠르게 잊어버린다”며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는 있지만 처해진 현실과 괴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시가족센터는 이러한 사례를 토대로 제주대학교 사범대학 학생들과 1대1 비대면 한국어 교육봉사를 진행해 일정 성과는 얻었지만 지속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선주민과 이주민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지역공동체 구현’을 추구하는 제주시가족센터가 다문화 사업 중 ‘한국사회 초기적응’ 영역인 한국어 교육에 가장 힘쓰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센터가 지난해 진행한 다문화 가족을 위한 생애주기 별 서비스 실적을 보면 한국사회 초기적응(조기적응프로그램, 한국어교육, 인권/성평등 교육)은 569회에 4992명이 참여했다.

이는 △가족관계증진(다함께프로그램, 가족친화프로그램, 상담)161회·646명 △사회참여 지원(다문화나눔봉사단, 자조모임, 교류소통공간운영)64회·720명 △자녀의 성장지원(부모교육, 자녀성장지원사업, 반하크라)43회·415명 △결혼이민자역량강화(취업교육, 정착단계별패키지, 취업연계)108회·587명 △다문화인식개선(찾아가는 다문화인식개선 교육, 우리나라를 소개합니다)116건·2041명을 모두 더한 프로그램 횟수(492회)와 참여인원(4408명)보다 더 많은 것도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 때문이다.

김 팀장은 “센터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환경은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의지는 그녀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정에서 함께 노력해야 한다. 이주여성들의 맹점 중 하나가 자녀교육”이라며 “아이와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에 시댁에서는 한국어가 서툰데도 시댁에서 한국어로 하라고 강요하면 위축된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악순환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언어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엄마와 아이간 정서적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엄마가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 기다려 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빠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처음에는 큰 용기를 갖고 한국에 왔지만 언어 때문에 주눅 들고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다’는 인식이 깔린 분들이 있다”며 “새롭게 시작하는 환경에서 부딪히는 현실이 크다 보니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기도 하는데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본인의 선택을 믿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응원해 주고 싶다. 제주시가족센터는 항상 이들과 함께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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