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다문화가정 기획–제주에서 만나는 세계
제주포럼 ‘공존의 시대를 위한 성찰과 연대’ 세션서 공유
특정 국가·민족·종교 이유 폄훼·선입견 고착화 경계해야
시민사회 단체 언론 등 포용적 사회 만들기에 역할 중요

지난 16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혐오를 넘어 : 공존의 시대를 위한 성찰과 연대’를 주제로 한 제주포럼이 열리고 있다. [사진촬영 = 김진규 기자]
지난 16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혐오를 넘어 : 공존의 시대를 위한 성찰과 연대’를 주제로 한 제주포럼이 열리고 있다. [사진촬영 = 김진규 기자]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계기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인류 보편적 가치인 평화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유행하는 동안 여성, 소수민족, 장애인 등 취약 소외계층을 표적으로 한 혐오와 낙인은 바이러스 전파속도만큼이나 빠르게 퍼졌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냉전의 망령이 다시 살아나는 상황에서 혐오와 비인간화는 전쟁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다양성과 공존이 아닌 혐오와 차별하는 사회에서는 다양한 배경과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혐오 현상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것은 공존의 시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최근 20년간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과 소셜 미디어의 등장이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타인에 대한 증오와 낙인, 특정 외국인을 향한 혐오를 조장하고 고의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허위 정보를 양산시키기도 한다.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가 2020년에 진행한 코로나 기간 행복 지수 변화를 보면 코로나가 처음 확산된 2월 행복감이 떨어졌다가 3월 중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다시 감소되는 패턴을 보였다. 코로나와 같은 집단 감염병은 생존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행복에도 상당히 위협된다는 연구결과다.

코로나와 같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이 다른 집단으로부터 발생될 수 있다는 의심이 작동하게 되면 집단에 의존하게 되고 그 집단 의존성이 강하면 부작용으로 다른 집단에 대한 혐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혐오 발언은 폭력과 갈등 조장의 온상이다. 혐오 발언은 차별을 정당화하고, 장려하고, 강화된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에 대한 혐오다. 중국 우한에서 비롯된 코로나19가 전세계에 확산되면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시아인, 특히 중국인 혐오가 확산되고 민족주의가 부흥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제주매일이 지난해부터 수많은 결혼이주여성과 만나 인터뷰한 결과 “중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 움츠러들었다”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서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저명한 정치인과 종교 지도자들의 혐오 발언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는 특정 종교, 성별, 국적, 인종에 기반해 소수 집단을 차별하고 혐오와 증오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말과 표현들이 넘쳐난다. ‘익명성’과 컴퓨터 화면 넘어 사람들이 인격적인 존재라는 감각이 무뎌지는 비인격화 현상 때문이다.

2018년 예멘 국적 난민들이 제주에서 난민 지위 자격을 신청했을 때 무슬림 난민을 향한 혐오발언이 쏟아졌다.

같은 해 8월 제주에서 발생한 ‘30대 여성 실종사건’과 관련해 예멘 난민에 의한 범죄라는 ‘근거 없는 루머’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경찰이 “난민과 무관한 추락사”라고 직접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이 같은 루머가 확산된 것은 난민 범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이방인에 대한 이질감에서 비롯된 공포가 짙게 깔리면서 SNS 등에서 잘못된 정보가 적잖게 유통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난민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부정적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유엔난민기구는 “반대 이유의 상위순위에 난민에 대한 오해와 가짜뉴스의 영향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특정 국가, 특정 민족, 특정 종교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폄훼하거나 편견과 선입견을 고착화하는 것을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 대사는 지난 16일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혐오를 넘어 : 공존의 시대를 위한 성찰과 연대’ 제주포럼 기조발표를 통해 “유럽연합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증오범죄 및 모든 형태의 차별에 맞서 싸울 것”이라면서 “증오에 맞서 싸우는 것은 우리 공동의 책임이며 정부, 정치 지도자, 시민사회단체, 언론 기관 모두가 더 관용적이고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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