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기획–제주에서 만나는 세계⑫
이설씨, 중국 하얼빈서 이주 제2의 삶 설계 ‘민간외교관’ 자처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태 종식돼 자유롭게 고향 드나들고 파”

사진 : 이설 씨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사진 : 이설 씨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고국을 떠나 제주에 정착한 다문화 가정 여성도 예외가 아니다. 결혼이민자 이설(40)씨도 민간외교관이라고 자처한다. 겨울에 태어났다는 뜻의 이름인 이설씨는 중국 하얼빈에서 한국으로 이주해 제2의 삶을 설계하고 있다.

이설씨는 “하얼빈은 중국에서도 그다지 유명한 도시가 아닌데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알고 있어 놀랐다”며 “한국 사람을 통해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가 한국 교과서에 수록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통해 한국문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중국의 ‘사회주의’에 대해 북한과 같다고 인식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았다. 중국인들의 인식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며 “경제에 있어서는 사영경제의 도입 등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는 자본주의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개선되길 바랐다. 그는 “한국에 와서 많이 느낀 것은 ‘Made in China는 짝퉁이거나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는 것”이라며 “현재 중국에서는 모조품 근절을 위한 법률이 강화되면서 짝퉁제품이 많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에는 값싼 제품들도 있지만 고가의 좋은 제품도 많다. 한국 사람들이 다양한 선택지 중 ‘가성비’를 원하는 경우 중국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일 뿐, 중국 제품이 모두가 값싸고 품질이 좋지 않다는 편견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제주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를 통해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간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제주로 이주한 것은 아니다. 2009년 남편과 결혼해 서울과 경기도 지역에서 살다가 2014년 제주로 이주했다.

그는 서울과 제주의 생활환경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에서 생활은 생활 패턴이 빠르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았다. 제주에서는 바다도 볼 수 있고 산도 볼 수 있는 자연 환경과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제주 사람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큰 애가, 제주에서 둘째가 태어났다. 10살 7살 아들과 함께 여름에는 바다를, 겨울에는 오름을 다닐 수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많지 않다. 서울과 비교해 생활 리듬도 빠르지 않아 좋다. 좋은 도시”라고 미소 지었다.

제주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만 고국에 대한 그리움은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 되면서 그리움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근래에 들어 해외여행을 비롯한 입국 규제가 이전보다는 완화됐지만 방역에 대한 긴장감은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여전히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고수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지난 추석 연휴 동안의 여행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중국 당국은 추석 연휴 전에 중국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경우 여행이나 고향으로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중국 CCTV 등 복수의 언론매체는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중국 국내 비행기 탑승자 수는 128만 명인데 지난해 추석 연휴 때보다 60% 가까이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특히 지난 1일부터 오는 7일까지 국경절 황금연휴 동안 불필요한 여행 자제를 당부하는 등 감염성 높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막기 위한 강도 높은 방역 규제와 봉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설 씨는 “이전에는 3년에 2번 정도 중국에 갔지만, 사드 사태 이후 제주와 하얼빈 간 직항 노선이 사라진데다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더욱 가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중국에 있는 사람들도 도시가 다르다면 친인척간이라도 고향에 모이는 것도 어렵다”며 “중국에 갈 때마다 아이들이 많이 좋아했는데 상당히 아쉽다.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종식돼 부모가 있는 중국에 자유롭게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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