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기획–제주에서 만나는 세계⑬
2016~2020년 취업 박람회서 구직희망자 826명 중 취업은 56명
“센터 한 곳만으로는 역부족…유관기관 동참·신규 프로그램 시급”

취업 박람회에 참가한 결혼이주여성들이 면접 이미지메이킹 서비스를 받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취업 박람회에 참가한 결혼이주여성들이 면접 이미지메이킹 서비스를 받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결혼이민여성이 동등한 한국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통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원체계 구축이 요구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제주도내 경력단절여성의 비율은 전국(17.4%)과 대비해 12.7%로 낮지만 2017년 8.5% 대비 4.2%p 증가했다.

일자리를 알아보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정보/취업알선의 부족(16.0%)과 일자리 경험/경력 부족(16.0%), 자녀 돌봄 및 교육의 어려움(10.5%)이 컸다. 더군다나 코로나19라는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고용시장에 암운이 짙게 드리운 상황이다.

한국에서 자고나란 사람의 취업문도 좁아졌는데 상대적으로 한국문화와 언어, 정보에 어두운 결혼이민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크다.

결혼이민여성도 한국여성과 마찬가지로 ‘양질의 여성 일자리 및 시간제 일자리’와 ‘일·생활균형 지원 및 자녀돌봄 지원’을 원하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관장 김희정)는 지난 17일부터 오는 28일까지 2주간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제주공용복지플러스센터 4층)와 센터 누리집에서 ‘2022 결혼이민여성 온·오프라인 취업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

결혼이민여성의 전문성을 살린 양질의 일자리를 연계해 다문화가족이 지역사회에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이번 박람회에서는 도내 30개 기업에서 64명의 인력을 구하고 있다. 이는 2016년 15개 기업·34명, 2017년 15개 기업·35명, 2018년 15개 기업·35명, 2020년 21개 기업·58명 보다 많은 기업이 참여하고 구인수도 늘었다.

그러나 ‘구인수=취업자’ 등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6~2020년까지(2019년, 2021년은 코로나19로 미개최) 66개 업체에서 162명을 구하는데 826명의 결혼이민여성이 참여했지만 실제 취업으로 이어진 인원은 56명에 그쳤다. 전체 희망자의 6.7%, 업체 구인 명수와 대비해도 34.5%만 취업으로 이어졌다.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가 한국어 구사가 원활하지 않은 이주여성을 위해 중국어·베트남어·필리핀어 등 통역 및 면접동행, 이력서 작성 및 취업서류 컨설팅과 면접 이미지메이킹 컨설팅, 무료 증명사진 촬영 등 다양한 일자리 관련 프로그램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참여자 중 95% 이상이 만족도를 보였지만 이들에 대한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24일 취업 면접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중국인 리티에옌(한국명 연지, 40)씨도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2014년 서울에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그는 2017년 제주의 자연환경에 반한 나머지 홀로 제주에 정착했다. 남편과 아이는 이듬해인 2018년 제주로 건너왔다. 그는 제주에서 가이드로 활동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실직했다.

그는 “가이드를 할 당시 친정 엄마가 아이를 돌봐줘 일할 수 있었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엄마도 고국으로 돌아가면서 일을 쉬게 됐다”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평일 시간에 근무할 수 있는 곳에 지원했지만 지원자가 10명이나 돼 취업으로 이어질 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희정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이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김희정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이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진규 기자]

김희정 제주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은 “결혼이민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일반 경력단절여성 보다 취업 정보가 부족하다”며 “주로 한글과 컴퓨터 위주로 수업을 받다보니 일자리 정보를 어느 기관에서 담당하는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일자리 박람회를 통해 취업 지원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 센터 한 개 기관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유관기관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며 “이들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취업 지원뿐만 아니라 도내 일반 경력단절여성도 함께 할 수 있는 취업 브릿지 프로그램 신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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