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지막 연탄공장' 황한철 공장장

"30년 동안 이 곳에서 연탄과 함께 한 추억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는 황한철씨(78.공장장)는 스스로 '연탄쟁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하다"며 마지막 작업 소감을 말한 뒤 담배에 불을 붙이며 한 숨을 쉬었다.
고향인 서울에서 젊은 시절 연탄 속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벌써 50년.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해 오던 작업도 이제는 끝이다.

황 씨는 몸도 예전 같지 않다며 푹 쉬면서 남은 인생을 살려는 계획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60대 한 직원은 "올해는 더위 때문인지 무척이나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린 지금도 연탄난로에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며 "일 끝나고 소주 한잔 하는 이 맛을 모를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나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검게 변해버린 장갑으로 닦는 모습을 보니 애처로워 보였다.

몸무게 4.9kg, 검은색 피부, 열아홉개의 눈을 가진 연탄.
멸종위기에 놓인 광물성으로 요즘 아이들에겐 보지 못한 별종으로 분류된다.
1976년 등록, 도내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해 온 연탄 공장인 제주시 화북공업단지 소재 제주연료공업(주).

한달 평균 5000장을 찍어내던 이 곳에서 요즘 들어 부쩍 작업량이 늘었다.
오늘(29일)도 12000장을 비롯 7월 들어서만 12만장을 생산하며 공장 직원 5명이 바빠졌다.

최대한 많이 생산해 제주시내 190여 가구 영세민들의 유일한 연료인 연탄을 공급해야 되기 때문이다.
분탄(粉炭)들이 공장 기계를 한 바퀴 돌아 잘 빠진 몸매의 연탄으로 세상에 나오는 시간은 7~8분.

공장 직원들의 익숙한 솜씨로 이 것들을 트럭에 쌓는다. 트럭에 몸을 맡긴 연탄 1500장은 그들을 기다리는 세상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존재의 이유'가 없다.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광주지부 석탄합리화사업단에서 받는 보조금 조차 그리 넉넉지 않기 에 공장은 오늘(29일)을 마지막으로 모든 기계를 멈춘다.

공장 관계자는 "당장 연탄 공장이 문을 닫더라도 190여 가구에 이미 올 겨울을 보낼 연탄이 공급돼 있다"며 "이들의 겨울나기는 별 문제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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