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기획–제주에서 만나는 세계⑱ 이혜원 통역사
의사소통 도움…한국-베트남 중간 잇는 교두보 역할 최선
“한국서 제2의 삶 설계…한국문화 이해 언어 교육은 필수”

제주시가족센터에서 통역사로 근무하는 이혜원씨
제주시가족센터에서 통역사로 근무하는 이혜원씨

“제주의 결혼이민여성을 포함해 모든 외국인들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 잘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업무이자 보람이죠.”

제주매일과 만난 베트남 출신의 통역원 이혜원씨(34)는 이같이 말했다.

제주특별자치도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외국인만 2만명을 넘어선지 오래다. 말 그대로 다문화, 글로벌 시대다.

특히 제주도내 다문화가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출신 국가는 베트남이다. 도내 다문화가정 학생 부모의 국적 중 베트남은 861명으로 629명인 중국보다 많다. 도내 전체 다문화가정 부모는 2661명으로 베트남 가정이 32%를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

제주시가족센터(센터장 이영은)에서 통역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혜원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한 달 평균 50건에서 60건 정도의 베트남 통역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08년 한국에 정착한 그는 2011년 법무부가 시행하는 사회통합프로그램에 참가하던 중 제주가정센터에서 통역사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취업에 이르게 됐다.

그는 “결혼이민자나 유학생, 노동자 등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에게 통역으로 의사소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된다”고 말했다.

한국 생활을 시작할 당시 도움을 받던 입장에서 당당한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예전 본인과 같은 처지에 있는 외국인들의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제2의 삶을 설계하는 외국인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그들보다 먼저 한국생활에 정착한 그는 한국과 베트남 중간을 잇는 다리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혜원씨는 “예전에는 다문화센터 강사로 근무했는데, 이제는 재판뿐만 아니라 법원에서 진행해야 하는 개명 신청이라든지 공공기관에서 민원 등 서류를 접수할 때 그들과 동행해서 의사소통을 돕는 일도 한다”고 말했다.

통역뿐만 아니라 번역도 그의 몫이다. 결혼이주여성이 초대한 가족이 체류기간 연장에 필요한 서류와 출생증명서 작성 등도 그의 업무 중 하나다.

한국생활 15년차에 접어는 그는 한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혜원씨는 “특히 결혼이민여성은 한국에 잠깐 관광 온 것이 아니라 정착하기 위해 온 것이다. 한국에 오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한국어 공부”라며 “아이도 낳고 매일 한국 사람들과 지내야 하는데 한국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어를 잘해야 한국문화에 익숙해지고, 육아를 비롯한 모든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 있다. 일은 한국어를 익힌 후에 해도 된다”고 말했다.

결혼에 앞서 가정을 이루는데 대한 기초적인 교육과 준비, 국제결혼에 대한 사전 교육, 다양한 문화에 따른 가족 간 관계에 대한 이해도 언어 즉, 소통에서 비롯된다.

실제 결혼이주여성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는 언어다. 한국생활 적응과 더불어 육아문제에도 연관이 깊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할 경우 과제와 학교 활동 등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올해 4월 1일 기준 제주도내 초중고 전체학생 7만9847명 중 다문화가정 학생은 2876명으로 전체 3.6%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4월 도내 전체 7만8900명(올해 4월 기준) 중 2616명인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3.3%)보다 0.3%p 높아진 것이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다문화 혼인 비중이 높은 지역인데다, 다문화 출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2016년 전체 8만2279명 중 1190명으로 1.45%에 불과했던 다문화가정 학생은 증가하는 반면, 도내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는 추세로 상생·공동체 교육도 주요한 과제이지만 결혼이민여성들의 역할도 필요로 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아졌지만 이들이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혜원씨는 “베트남에서 곧바로 입국한 결혼이민여성은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도우미 역할을 할 때가 많다”며 “이들이 한국에 정착하면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중간 다리를 놓는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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