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⓻ 제주형 자원봉사-특별대담
김경미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장-고태언 제주도자원봉사센터장
김 “풀베기나 방역 등 ‘몸쓰는’ 일 인식에서 탈피해야”
고 “도내 20만명…‘수눌음’ 걸맞게 맞춤형 전환 시급”

고태언 제주특별자치도자원봉사센터장.
고태언 제주특별자치도자원봉사센터장.

제주매일은 자원봉사 활성화를 통해 제주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 제시 기획기사를 6회에 걸쳐 게재했다. 마지막으로 제주지역 자원봉사의 산증인인 고태언 제주특별자치도자원봉사센터장과 김경미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장의 대담을 통해 제주형 자원봉사모델 정립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제주지역 자원봉사의 산 증인이신데 소감을 말해 달라.
고태언 제주특별자치도자원봉사센터장(고 센터장)= 제주도에는 고래로부터 수눌음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일손이 부족할 때 서로 도와주던 전통은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면서 대학생 농촌봉사활동(농활)에 이어 새마을운동 등 정부 주도형 봉사활동으로 변화했다.

도내 자원봉사활동은 아마도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시작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2002 월드컵 이후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참여도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김경미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장(김 위원장)=저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은 케이스에 포함되고 그래서 그 도움을 받은 이후에 사회복지영역에서 활동하면서 자원봉사와 관련해 큰 테두리에서 바라보는 입장이다. 개인적인 경험치를 보면 고태언 센터장이 말씀했던 새마을운동이 지금도 자원봉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자원봉사가 대부분 풀베기 아니면 방역 등으로 생각한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자원봉사의 변화를 얘기했는데 활동 중에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고 센터장 =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만큼 우리 모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제가 이전에 제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일할 때 “자원봉사도 돈이 듭니까”하는 얘기를 모 시의원한테 들었을 때 황당했었다. 요즘은 자원봉사활동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걸 자원봉사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자원봉사자에게 활동 중에 발생하는 실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다 제공해 준다. 그래야만 자원봉사자들의 참여율이나 활동률을 높일 수 있다.

김 위원장 = 자원봉사 성격을 갖는 단체가 다양해졌고, 그리고 시대에 따라서 변하면서 민간의 자발적 조직들이 많아졌다. 자원봉사 초창기의 새마을운동이나 바르게살기운동 등 관 주도형인 공공에서 하는 자원봉사에 대해 변화를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시말해 민간의 자발적 조직들을 어떻게 공공화하고 인프라를 확장해서 적재적소에 투입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가 됐다. 자원봉사 하면 대부분 몸으로 움직이는 노력봉사로 생각한다. 지금은 재능기부도 자원봉사라는 개념에 포함시켜야 할 때이다.

김경미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장.
김경미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장.

△제주형 자원봉사모델을 만들기 위한 제주도와 도민들의 관심과 협력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보이는데.

고 센터장 = 도내에서는 이미 개인봉사자 19만6000명이 등록돼 있다. 그에 따른 자원봉사 단체도 1620개 정도 되는데 이 자원을 제주사회에 필요한 맞춤형으로 잘 만들고 다듬어 간다면 그 에너지는 무한할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일들이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 = 각 마을별로 자원봉사와 관련한 소통 창구가 우선 만들어져야 한다. 도내 혹은 육지부에서 이사를 오게 되면 어디를 가고 싶어도 우리 동네 뭐가 있는지를 모른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선주민과 이주민간 간극도 있고 세대 간의 간극도 있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자원봉사 등록을 하는 등 마을 단위로 자원봉사에 관련한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야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자 등록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게 전문성과 마인드, 이 두 가지라고 보는 입장이다. 전문성 같은 경우는 저가 휠체어를 타는데 휠체어 작동법을 잘 모르거나 시각장애인분들의 특성을 잘 모르고 자원봉사하는 것도 안 된다.
청소년 단체 봉사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청소년들과 소통을 해야 하는데 명심보감 같은 얘기를 하면 소통이 힘들고, 청소년들의 흥미를 이끌어내지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 센터장 = 위원장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제는 자원봉사단체들을 보다 촘촘하게 연결시켜야 한다. 도내 43개 읍면동에는 보통 12~14개의 자원봉사단체들이 있는데 이 단체들을 잘 연결해야 한다. 지금은 휴대폰을 통해 연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읍면동지역에 안전망 구축 사업도 되고 있기 때문에 마을단위로 자원봉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형 자원봉사모델을 만드는 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소에 생각한 구체적인 방안은.
고 센터장 = 자원봉사 활동을 하시는 분들한테 자존감을 주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활동을 우리 도민들의 일상생활로 만들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신상필벌’에 따라 자원봉사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예를들어 연말 제주도문화상에도 자원봉사대상을 포함해 훈격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작은 일이지만 자원봉사자들에게 큰 에너지를 주는 일이다. 지자체에서도 자원봉사활동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위원장 = 제주의 공동체가 사라지고 있고 각종 개발에 의한 갈등이 심각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첫걸음이 자원봉사 활성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자원봉사활동을 구체적으로 세분화해야 한다고 본다. 자원봉사 형식도 노력봉사에서 다양한 활동영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여성 인재 데이터베이스가 제주도에도 있고 전국에도 있는데 자원봉사 쪽에서 필요하다. 마을 주민 중 누가 돌아가시면 염을 하는데 이걸 전문으로 하고, 봉사하는 분도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제 마을 단위로 자원봉사와 관련한 자발적 등록을 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

△제주형 자원봉사모델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고 센터장 = 자원봉사는 이전엔 양으로 했지만 지금은 질적으로 가야 한다. 앞으로는 자원봉사활동이 행정과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지역현안을 해결하는 에너지로 활용해야 할 시점이다. 21세기 자원봉사 문화는 자율적인 참여와 나눔이다. 자원봉사가 자선이나 베푼다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주에는 ‘수눌음’ 문화가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 참여율이나 활동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행정과 자원봉사단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서 20만명에 이르는 도내 자원봉사자로 등록된 도민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는 플랫폼을 만들고 맞춤형 봉사를 유도해야 한다.
김 위원장= 제주도내에도 읍면별로 활동하는 라이온스나 로타리클럽은 정말 자원봉사를 많이 한다. 그러나 그분들이 전화로 ‘어디가서 뭘 해줘야 하느냐’고 많이 물어온다. 아마 자원봉사센터에도 많이 물어볼 것이다.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그렇고 노력봉사도 그렇고, 이런 것들을 하고 싶어 하는데 어디다가 얘기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제주형 자원봉사모델은 마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마을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읍면동에서 이런 역할들을 소개해 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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