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종다양성의 보고 제주를 지키자 ③임산물 불법채취
기후변화 따른 멸종보다 자연식품 관심커져 한라산 식물 ‘인기’
처벌 강화보다 밀렵·벌채꾼 대상 생태계 중요성 홍보 강화해야

임산물 불벌 채취꾼들이 표시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림도로변 나무위의 비닐.
임산물 불벌 채취꾼들이 표시해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산림도로변 나무위의 비닐.

“겨울이 되면 뿌리식물은 봄부터 빨아들인 양분을 저장합니다. 이렇게 저장한 양분으로 겨울을 버텨내는데 인간의 탐욕은 그 겨울 휴지기에 들어가는 시기에 맞춰 다양한 한라산의 식물을 불법 채취해 갑니다.”

12월 8일 밤 11시가 넘는 인적이 전혀 없는 시간. 천아오름 인근 임산물 불법 채취 단속현장이다. 사단법인 한국야생동물보회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역본부(본부장 성대근)와 함께 한 이날 단속에는 9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숲길를 따라 이동한 이날 단속은 애월읍 봉성리 바리메오름에서부터 노로오름, 한대오름, 천아오름까지 야간에 이동과 매복을 반복하며 이어졌다.

산속은 영하의 날씨에다 핸드폰마저 제대로 터지지 않는 오지를 돌아다녀야만 했다. 불법 채취 현장을 단속하기 위해 단속에 참여한 대원들은 바삐 움직였다.

이날 밤 9시부터 시작한 단속은 두 개조로 나눠 임산물 불법채취 현장 단속 요령과 주의사항을 설명한 후 곧바로 이동에 나섰다.

최근들어 자연식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라산 겨우살이나 황칠나무 같은 약재용 임산물의 불법 채취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 안에서는 풀 한 포기도 손대서는 안되지만 이제는 타성에 젖어서 한라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희귀식물을 마구 파헤치고 있다”고 탄식했다. 탐방로 이외의 지역으로 무단 입산을 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지만 하천이나 계곡을 따라서 한라산국립공원 안이나 곶자왈 지대로 들어가 겨우살이나 황칠, 으름나무 등 몸에 좋다는 식물들을 마구잡이로 채취해 가져간다는 것이다.

임산물 불법채취 단속을 하고 있는 야생동물보호협회 제주본부 회원.
임산물 불법채취 단속을 하고 있는 야생동물보호협회 제주본부 회원.

“겨우살이는 나무 위에 넝쿨을 이뤄 자라는데 그 나무 위에 오르기 귀찮고, 힘드니까 아예 나무 밑동을 잘라내서 겨우살이만 가져간다”면서 “한라산 식물을 그렇게 싹뚝 잘라 죽이는 사람들은 정말 나쁘다”면서 분에 이기지 못한 듯 육두문자도 서슴지 않는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에 불법 취채가 가능하냐고 묻자 성 본부장은 임도변 나뭇가지에 묶여 있는 비닐이나 천 등을 가리키며 “이 비닐이나 천은 상당수가 불법 채취자들이 달아놓은 것으로 낮에는 단속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봐두기만 하고, 임도변에 표식을 한 뒤 밤에 몰래 채취해 간다”고 말했다.

낮에 산행이나 등산객으로 가장해 오르내리면서 희귀 약초나 나무를 봐두었다가 밤에 캐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국립공원내 임산물을 불법 채취하는 행위에 대한 특별단속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임산물을 불법 채취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올해만도 20여명이 단속되기도 했다.

단속을 강화하자 음성적으로 한라산국립공원과 곶자왈 등에서의 임산물에 대한 불법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는 화산섬으로 난대림과 온대림, 한 대림이 공존하는 곳으로 자생 식물만 1800종에 달할 만큼 생물종이 다양하다.
환경부가 지정한 1급 멸종위기 야생식물 9종 중 6종이 제주에 자생하고 있다.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은 모두 68종인데 이중 28종(41%)이 제주에 서식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의 요인에 의해 개체수가 감소하는 원인도 있지만 개발이나 불법 채취 등 우리 인간에 의해 멸종될 처지에 처한게 훨씬 많다는 것이 이날 단속에 참여한 감시단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야생식물을 불법 채취하는 사람들을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일단 단속권한이 없다. 의욕만 앞서서 단속에 나서야 하고, 설사 불법행위를 적발하더라도 “관계공무원도 아닌데 왜 단속하냐”며 적반하장으로 큰소리를 친다고 한다.

이에대해 이날 단속에 나선 회원들은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보다 밀렵이나 불법 채취를 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집중적인 홍보가 오히려 좋은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소통채널이 있기 때문에 처벌이 아니라 생물종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교육과 계도를 집중적으로 실시,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끝>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