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주’ 갈등·편견 없는 지역사회 공동체 만들기 ①
옥나리씨 “이주민 색안경 ‘여전’…부정적 인식 개선 필요”
나카츠루 미사코 “엄마 역할 중요…다문화사업 지속 시급”

제주도는 2010년 5932명에 불과했던 외국인이 3만명 시대에 접어드는 등 빠른 속도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다문화는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점에서 일각에서는 “결혼이민여성을 포함한 외국이주민은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문화 간, 인종 간 차별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제주매일은 결혼이주여성이 겪었던 차별과 어려움 등을 3회에 걸쳐 보도해 제주도가 국제자유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진단한다. [편집자 주]

“여전히 동남아시아는 ‘못사는 나라’라고만 인식할 때 마음이 불편하고 아팠어요.”

국제가정문화원에서 다문화이해강사로 근무하는 캄보디아 출신 옥나리씨(37)씨는 제주매일과 만난 자리에서 불쾌했던 감정을 솔직히 토로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실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지난 2018년 5월 21일부터 10월 1일까지 20부작으로 제작된 KCTV제주방송 시스콤 ‘하이퐁 세 가족’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이주여성들은 한국생활에 한국인처럼 완벽하진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봉사활동과 기부에도 적극 동참한다”고 강조했다.

옥나리씨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옥나리씨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사회가 다문화를 바라보는 인식이 예전보다는 좋아졌지만 이러한 ‘편견과 차별은 남아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옥나리씨는 “제가 대학교에 다니는데 교수님이 ‘다문화가정’과 관련한 과제를 냈고 이에 대한 조사발표를 들었는데 상당히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는 달리 연예를 하거나 직장에서 만나 결혼하는 경우도 많은데 ‘노총각이 결혼을 못해 동남아시아에 가서 여자를 돈을 주고 데리고 온다’는 식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옥나리씨는 “또 다른 발표자도 ‘엄마가 한국어를 잘 못하니까 다문화가정 자녀도 아이도 글을 쓰는 게 어렵다. 의사소통이 한국 자녀보다 잘 안된다’는 등의 부정적인 말만 했다”며 “어느 누구도 이주외국인이 한국사회에 적응해 잘산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남아국가 출신이라는 이유로,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줄 알고 뒤에서 험담하기도 한다”며 “험담을 들은 외국인 친구는 대학도 나오고 공부도 많이 했다. 모국어뿐만 아니라 영어와 한국어도 능통하다.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대학교도 다니고, 자녀가 다니는 학교 활동에도 열심히 참가하는 결혼이주여성도 많은데 부정적으로만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동남아시아 국가도 지금은 많은 발전과 성장을 이뤄냈는데 과거만 생각한다. 이런 인식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카츠루 미사코씨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카츠루 미사코씨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생활 14년 차에 접어든 일본인 나카츠루 미사코씨(47)는 자녀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과거를 상기시킬 때는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그의 아들은 6살 때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에 온 중도입국자녀다.

국제가정문화원에서 다문화이해강사로 근무하는 카츠루 미사코씨는 “아들은 처음 한국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 책상에 엎드려 잠자기만 했다”며 “개구쟁이였던 아이가 자존감이 크게 낮았던 과거를 돌이키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다행이 지금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공부도 잘한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나 몇몇 아이와 가정에서는 다문화가족이라는 것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 혹시 모를 차별로 아이가 주눅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학교 활동에 대해 엄마가 아닌 아빠가 활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와 관련해 나카츠루 미사코씨는 “아빠가 학교활동에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하더라도 주 양육자는 엄마”라며 “아이는 엄마 나라에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문화인식이 수용될 수 있도록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와 공동 기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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