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암석 ‘뉴락’의 침투…사람이 태운 플라스틱 해변서 발견

제주 해안 곳곳 쓰레기 불법 소각 흔적이 ‘뉴락’ 형성
전시 대상될 정도로 만연…“인간에게 돌아올 것” 우려

지난 달 25일 제주시 구엄리 해변 정화활동 중 기자가 발견한 뉴락. [사진=조문호 기자]
지난 달 25일 제주시 구엄리 해변 정화활동 중 기자가 발견한 뉴락. [사진=조문호 기자]

‘뉴락(New Rock)’은 이름 그대로 ‘신종 암석’이다. 하지만, 뉴락은 바위가 아니다. 바위의 모양을 하고 있을 뿐이다. 뉴락은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비닐, 단열재 등 포함)이 오랜 시간 충격을 받고 햇빛에 노출돼 부서지고 녹으면서 바위에 들러붙어 형성된다. 그 자체가 암석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주도에서 뉴락이 더 문제가 되는 점은 불법쓰레기 소각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해변 정화활동을 펼치는 환경 단체들마다 인지하고 있는 점이다.

‘세이브제주바다’의 한주영 대표는 지난달 26일 이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짧은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영상 속 시멘트처럼 바위에 붙어있는 흔적은 힘들여 떼보니 그 속에 타지 않은 밧줄이 남아있었다.

언뜻 보면 ‘돌꽃(바위에 서식하는 지의류)’처럼 보인다고 해서 한 대표는 여기에 ‘플라스틱 돌꽃’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 대표는 이와 관련 ‘쓰레기에 너무 이쁜 이름을 붙여서 죄송하다’면서도 “요즘 돌꽃처럼 보이는 알록달록한 것이 제주 바닷가에서 더 흔하게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제주시 구엄리 해변 정화활동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대표는 “해변 정화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너무 흔하게 여기저기 (바위에) 눌러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그 데이터를 수집해 기록하는 단체 ‘혼디’의 김지민 대표도 기자와 통화에서 “뉴락이 눈에 많이 띄느냐”는 물음에 “매번 눈에 띈다”고 답했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단체 ‘혼디’가 지난달 27일 함덕 해변을 청소하던 중 발견한 뉴락. 일반 암석과 구분하기 어렵다. [사진=혼디 제공]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단체 ‘혼디’가 지난달 27일 함덕 해변을 청소하던 중 발견한 뉴락. 일반 암석과 구분하기 어렵다. [사진=혼디 제공]

해변에서 태우는 쓰레기들 중에는 플라스틱 종류가 많아 위험하기도 하다. 플라스틱을 태우면서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매캐한 냄새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뉴락은 결국 미세 플라스틱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해양생물이 여기에 보금자리를 틀거나 알을 낳는 등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지민 대표는 이에 대해 “미세 플라스틱이 점차 그런 해양 생물들에게 더 많이 노출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게 인간한테도 돌아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일반 해변에서 쓰레기를 불법으로 소각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주영 대표는 “마을 단위로 캠페인을 실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며 ”단 1명이라도 ‘어떻게 하면 그분들(해변에서 쓰레기를 태우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이브제주바다는 내년 마을단위 지원사업 하는 단체와 함께 불법 소각 없애기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제주시 구좌읍사무소 한 관계자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전에는 바닷가를 청소하면서도 쓰레기를 태웠다. 그런 흔적들이 바위에 남아 있었을 것”이라며 “쓰레기를 불법 소각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런지 올해는 신고가 1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뉴락은 패트리샤 코코란(Patricia L. Corcoran) 캐나다 서부온타리오대 교수 등 학자 3명이 미국지질학회에 발표한 논문(미래 암석 기록에서 인간활동의 지표층)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연구진은 미국 하와이섬의 남동쪽 카밀로 해변(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에서 나온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가 축적되는 곳)의 플라스틱이 모닥불로 인해 녹으면서 자연 침전물이 눌러붙어 형성된 형태를 ‘플라스틱 돌(Plastiglomerate)’이라고 명명했다.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단체 ‘혼디’가 지난달 27일 함덕 해변을 청소하던 중 발견한 뉴락. 일반 암석과 구분하기 어렵다. [사진=혼디 제공]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단체 ‘혼디’가 지난달 27일 함덕 해변을 청소하던 중 발견한 뉴락. 일반 암석과 구분하기 어렵다. [사진=혼디 제공]

저자들은 이처럼 인간이 오염시킨 결과물이 ‘인류세(人類世)’를 알려주는 하나의 지표층이 될 것임을 예견했다.

뉴락은 수석처럼 아름다운 형태를 띄기도 해 모순적이다. 예술가들 중에는 이에 기반해 작품으로 전시하면서 관람자들에게 경고를 던지기도 한다. 국내에선 장한나 작가가 2017년 이래 꾸준히 관련 전시회를 열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 “훈계하고 싶지 않다. 아름다운 쓰레기를 통해 환경에 대해 고민할 여지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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