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국제가정문화원, 제주 정착 외국인들 설 맞이 풍경
결혼 6년차 중국인 조백순씨 “코로나19 종식돼 부모님 초대하고 싶어”
‘베트남 새댁’ 쩐 티 탄 응원씨 “남편과 함께 행복하고 밝은 미래 설계”

17일 국제가정문화원에서 회원들이 김장하고 있다.
17일 국제가정문화원에서 회원들이 김장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제가정문화원(원장 임정민)에서는 제주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김장하며 특별한 설 명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이 한데 모여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려는 것도 있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인 ‘김치’를 담그며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국제가정문화원에서는 설날 대표 음식인 ‘떡국’만 만들려고 했지만, 제주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김장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날 홍명규 우리혼디봉사회장의 후원으로 담긴 700kg의 김치는 그동안 국제가정문화원에 도움을 주신 분들과 외국인 가정에 전달됐다. 그동안 받은 도움의 손길에 감사의 뜻이 담겼다.

이날 김장에는 베트남, 중국, 일본, 캄보디아 등 결혼이주여성뿐만 아니라 남편들도 참가했다. 한국인 여성과 외국인 남편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인 김세희씨(42)와 중국인 조백순(37, 중국 이름 자오바이슌)씨는 2017년 중국에서 결혼한 이후 3년 전 제주에 정착한 연상연하 부부다.

중국에서 살던 중 아내 김세희씨가 건강이 악화되자 공기가 좋은 제주로 이주했지만, 단 한명의 지인도 없다보니 외로운 일상이 이어졌다. 특히 한국어가 서툰 중국인 남편은 더욱 힘들어 했다.

조백순·김세희 부부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백순·김세희 부부가 제주매일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사실 문화원 방문은 뜸했다. 오랜만에 방문했는데도 크게 반겨줘서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며 “김장하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재미있고 많이 배웠다”며 빙그레 웃었다.

특히 오랜만에 중국 동포를 만난 남편인 조백순씨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중국 전통 과자인 ‘월병’을 준비해 외국인들과 나눠 먹기도 했다.

“문화원 방문자 대부분이 여성들인데 어색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조백순씨는 “중국에서는 남성이 집안일을 많이 한다. 한국 문화를 배우는데 남녀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생활 3년차인데 코로나19로 많이 외로웠다. 중국 동포를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며 “국제가정문화원에서 오랜만에 동포들과 중국어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 신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에서도 구정을 보낸다. 중국의 가장 큰 전통 명절로 가족이 더욱 그립지만 코로나19로 고향에 가보지 못했다”며 “코로나가 빨리 종식돼 중국 부모님을 제주에 초대하고 싶다”고 바랐다.

지난해 6월 결혼해 같은 해 12월 제주에서 자리 잡은 신혼부부인 최영일씨(43)와 쩐 티 탄 응원씨(22, 베트남)도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왼쪽부터 동 티 로안씨와 최영일·쩐 티 탄 응원 부부

쩐 티 탄 응원씨는 결혼 전 한국어(사회통합프로그램 1단계 한국어 초급1)를 공부했지만 아직은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서툴다. 이 때문에 이들 부부가 대화할 때는 번역기를 사용한다.

최영일씨는 “아내가 제주에 온 시간이 짧다보니 외부와 교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제가 일을 나가면 아내는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어서 걱정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국제가정문화원에 방문한 아내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며 “아내가 이곳에서 한국어를 비롯한 한국문화를 익히고 밝은 모습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쩐 티 탄 응원씨는 “제주에서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 남편과 함께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밝은 미래를 그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들의 인터뷰 통역을 도운 동 티 로안씨(베트남)는 “한국에 정착한지 4년째인데 올해에는 공부를 열심히 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싶다”는 새해 소망을 전했다.

임정민 국제가정문화원 원장은 “제주에 정착한 결혼이주여성들은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며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려고 애쓰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올해에는 이들이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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