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무일기’ 강부언 작가, 내달 8일까지 60번째 개인전 ‘흐르는 결’
아트인명도암·이룸갤러리서 동시 진행…부조로 ‘즉흥의 미술’ 선봬

강부언 작 '흐르는 결'
강부언 작 '흐르는 결'

오랜 시간 퇴적된 지층의 단면인듯 하면서 황금색으로 갈아 입은 오름능성이로 둘러싼 제주의 풍광을 떠올리게도 한다.

하루 하루 제주일상을 그림으로 그리는 ‘삼무일기(三無日記)’의 작가, 강부언이 오랜만에 개인전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60번째 개인전 ‘흐르는 결’이 지난 8일부터 아트인명도암과 이룸갤러리 2곳에서 시작됐다.

그동안 가공한 나무판에 그렸던 오름 연작 ‘삼무일기’를 비롯해 소나무 대작으로 그의 예술세계를 풀어놓았던 강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리는 작업’에서 ‘만드는 작업’으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봉개동에 자신의 집을 지을 때 벽면에 그려 넣었던 피카소의 ‘게르니카’ 모사 부조벽을 보면서 콘크리트의 재료적 특성을 이해했던 시간이 최근 석회 모르타르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도 강 작가는 여전히 나이테 결을 잘 살려낸다. 나무결이나 돌결, 물결, 살결, 비단결, 숨결 등 자연의 일정 부분들이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와 구조나 상황적으로 발생하는 자연현상의 무늬.

그는 기존 소나무의 풍경과 형태, 오름이나 바람, 물에 대한 사유를 통해 제주의 풍토적 재질을 재현미술로 내보였다면 이번 콘크리트 혼합재 작업을 통해서는 퇴적된 지층의 순식간에 표현해 우연적인 효과를 찾는 즉흥의 미술을 선보인다.

미술평론가 김유정씨는 “나무판의 형태와 결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그곳에 녹아든 시간의 무게, 최소한의 물감을 이용한 간단한 추상적 표현, 절제된 색의 하모니와 흐름을 타는 구성, 시간적으로 거칠고 투박한 물질성 등이 강부언 미학의 특성을 만들어 낸다”면서 “투박하면서 기이한 물성(物性)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장년의 화가가 재료가 형식을 결정하고 있는 미학적 성과”라고 평했다.

강부언 작가의 새로운 변화를 엿볼 수 있는 ‘흐르는 결’은 오는 5월 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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