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결혼이주여성 왕리·다문화이해강사 김정희
王 “남편을 만난 건 축복…취업 문턱 높아 고민”
金 “일·양육 힘들어도 도전하고 사회 관심 절실”
소외되지 않고 제주생활 적응하도록 지원책 필요

왼쪽부터 결혼이주여성 왕리씨와 김정희 국제가정문화원 다문화이해강사.
왼쪽부터 결혼이주여성 왕리씨와 김정희 국제가정문화원 다문화이해강사.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족을 위한 날이 많다. 게다가 근로자의 날(1일), 스승의 날(15일)도 있어 가족을 포함한 모든 공동체의 화합과 행복, 건강을 기원한다.

건강한 가정은 한 사회의 건강과 행복의 기본이다. 그러나 만연한 저출산, 중년기 이혼의 증가, 가정폭력 등 가정 내 문제는 우리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의 가정사로 여겨지던 문제들이 이제는 사회의 도움과 지원이 절실한 문제로 등장했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세상 모든 엄마들의 꿈이지만 쉽지만은 않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경우 어려움이 더욱 커 가정에서 함께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아이와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에 시댁에서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 엄마에게 한국어를 강요하면 위축되기 때문이다. 엄마와 자식 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악순환 될 수 있다.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외국인을 쉽게 볼 수 있지만,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이 깊다보니 피부색이 다르다거나 한국말이 조금 서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는 것을 우려한 조치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최근 사회적 인식이 많이 달라지면서 남편 권위 중심인 ‘가부장제’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가족애’를 우선시 하고 있다.

제주매일이 만난 결혼이주여성 왕리(44, 중국)씨는 “제게 있어서 남편을 만난 것이 가장 큰 축복”이라며 “남편에게 더 이상 바랄점이 없을 정도로 잘해 준다”고 말했다.

2015년 제주에 정착한 왕리씨는 8세와 5세 두 딸이 있다. 두 딸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어렵지 않게 구사한다. 자상한 남편과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 때문이다.

그는 “5월은 중국에서도 특별하다. 춘절과 국경절과 더불어 3대 연휴인 노동절(5월 1일)이 있는데다 어머니의 날(5월 14일)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5월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고향이 더 그립거나 하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5일 행복한 어린이날이 될 수 있도록 가족과 함께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아직 한국어가 서툴다. 이 때문에 원하는 직장을 갖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는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식당에서 일한 적은 있지만, 현재는 어린 두 딸을 돌보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면세점 등과 같은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싶지만, 한국어도 서툴고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희 국제가정문화원 다문화이해강사(47)는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지면서 일상생활에서의 편견은 많이 사라졌지만, 직장생활은 엄연히 다르다”며 “이주여성이 도전하는데 취업 문턱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김정희 강사는 “이주여성들이 취업하는 것도 어렵지만, 취업을 하더라도 똑같은 일을 하지만 급여를 덜 주려고 한다거나,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강제로 퇴사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정착하려는 이주여성들은 인간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며 “이주여성이 크게 늘면서 자국민들끼리만 관계한다면 한국어가 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많은 이주여성들이 식당과 청소일에 종사하는데,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어는 물론 자기계발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주여성은 아이와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서라도 한국어를 빨리 익혀야 한다”며 “엄마가 한국어가 서툴 경우 어린이집과 학교 가정통신문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아이가 사춘기가 오면 대화가 안 되는 엄마와 마음의 문을 닫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지 않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생활에 적응도 못 마친 상황에서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 해결과 자녀양육까지 책임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면서도 “어렵더라도 도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소외되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가족은 물론 제도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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