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주장 상인 반대에 4번이나 장소 물색
정방 4·3희생자 위령공간 제막 “역사 기억할 것”

29일 서귀포시 동홍동 정방폭포 일원에서 ‘정방 4·3희생자 위령공간 제막식’이 거행됐다.
29일 서귀포시 동홍동 정방폭포 일원에서 ‘정방 4·3희생자 위령공간 제막식’이 거행됐다.

우여곡절 끝에 제주4·3사건 당시 산남 지역 최대 학살터에 위령공간이 조성됐다.

위령공간이 ‘혐오시설’이라고 주장하는 인근 상인들의 반대로 4차례나 장소를 옮기면서 서복전시관 인근 불로초 공원 부지에 설치된 것이다.

제주도는 29일 오전 서귀포시 동홍동 정방폭포 일원에서 ‘정방 4·3희생자 위령공간 제막식’을 개최했다. 정방 4·3희생자 위령공간이 조성된 동홍동 298-1번지 정방폭포 일원은 산남지역 4·3 최대 학살터다.

4·3 당시 서귀포 해안지역 전역에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군부대 정보과에서 취조받던 주민 중 즉결 처형 대상자 대부분이 해안 절벽으로 끌려와 희생당했으며, 이곳에서 확인된 희생자 수만 250여 명에 달한다.

학살 직후 토벌대가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후 시신을 구별할 수 없어 희생자 상당수의 시신이 수습되지 못하고 행방불명됐다.

이날 제막식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위성곤 국회의원, 김창범 4·3유족회장, 한권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종우 서귀포시장,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4·3유족 및 관련단체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오영훈 지사는 “제주4·3의 비극은 섬 곳곳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이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은 아직 부족해 마음이 참 아팠다”며 “오늘 제막식을 통해 정방폭포에 서린 슬픔과 아픔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폭력으로 3만여 명이 희생되는 참혹한 비극을 겪었지만 희생자의 이야기와 역사의 진실을 전하기 위해 애써온 제주도민의 저력을 믿는다”며 “제주도 곳곳에 퍼져있는 유적지를 잘 정비해 후손들이 4·3의 역사를 잊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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