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산업이 경쟁력이다]
한라산식품 등 제주시 86개 업체 농촌융복합 인증 매출 신장
판매망 확보…농촌 일자리→인구소멸 해결 선순환 구조 마련

제주시는 농촌융복합산업 활성화로 농촌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사진은 한라산식품이 양봉교육 체험단 모습.
제주시는 농촌융복합산업 활성화로 농촌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사진은 한라산식품이 양봉교육 체험단 모습.

제주시에서 함덕해수욕장 방향 신촌리 도로 변에 위치한 제주농촌교육농장, 허니스토리 2층 교육장이 오랜만에 시끌벅적하다.

코로나19로 발길이 뜸했던 교육장은 최근 도내 학교와 농민단체 방문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5월 마지막 주말, 이곳을 찾은 학생들은 꿀벌을 관찰하고 벌집에서 꿀을 분리시키는 은색통의 스테인리스 채밀기 앞에 앉아 한 방울이라도 옆으로 떨어질세라 조심스럽게 병을 대고 꿀을 받아낸다.

그리고 벌집에서 분리한 꿀에 말랑말랑한 가래떡을 찍어 꿀을 맛 보는 것으로 비로소 식물의 밀선에서 분비한 물질을 일벌이 수집해서 증발시키고 농축시켜서 우리의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생생하게 이해하는 시간이 마무리된다.

지난 1988년 제주새마을양봉원으로 개업한 한라산식품(대표 오인배)은 꿀과 일벌을 생산하는 단순 양봉업에 꿀, 화분, 로열제리, 프로폴리스, 차 등을 가공생산을 더했다.

그리고 지난 2015년부터는 꿀벌교육장을 운영하면서 체험관광까지 더해 농림축산부가 지정하는 농촌융복합산업 6차 인증업체로 기업의 가치를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다.

오인배 대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양봉에 대한 교육이 지금처럼 이뤄지지 않을 뿐 아니라 정보도 거의 없었다”면서 “중요한 것은 생산한 꿀 조차 어디에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를 몰라서 알음알음으로 파는 게 전부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다가 몇 농가가 모여서 작목반을 구성하고 축협을 등에 업고 제주시와 서귀포시에 영업점을 운영하면서 도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조금씩 제주산 꿀의 상품성을 알려 나가기 시작했다.

양봉을 하면서 4~5년 판매를 하다보니 또 한계가 왔다. 인터넷 판매, 다른 지역 상품과의 경쟁 등 다시 또 ‘상품을 어떻게 팔것인가’하는 유통·판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오인배 대표가 벌과 벌집 관찰, 벌굴뜨기 체험을 위한 사전 설명을 하고 있다.
오인배 대표가 벌과 벌집 관찰, 벌굴뜨기 체험을 위한 사전 설명을 하고 있다.

오 대표는 ‘늦깎이 대학생’을 자청하고 공부를 하면서 양봉업에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노력하던 중에 꿀벌교육장을 함께 운영하면서 농촌융복합산업 6차 인증에 도전하게 됐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한 3년은 주춤했지만 그 전에는 2~3일에 한 번씩 체험이 이뤄지면서 연간 1500명이 양봉교육을 다녀갔다”면서 “특히 일반 가족단위 체험객이나 단체들은 체험을 하고 나서 상품을 구입해 가고 그들은 다시 또 주문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상품을 소개해주는 ‘충성고객’이 된다”고 설명했다.

양봉업도 ‘하느님이 먹여줘야 한다’고 할 정도로 날씨에 민감하다. 그러나 매년 이상 기온으로 꽃이 정상적으로 피지 않고 꿀벌 활동도 예전 같지 않지만 한라산식품은 가공과 체험장 운영을 병행하고 있어서 그나마 견딜 수 있는 편이다.

한라산식품은 체험교육사업을 진행한 이후 단순 벌꿀 생산과 가공만 했던 때에 비해 매출액이 2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이전 체험객이 많았을 때는 연간 매출이 7억50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라산식품처럼 농촌지역의 농산물이나 자연문화 등 유형·무형 자원을 이용해 상품을 생산하는 1차산업과 농산물을 가공하는 제조업의 2차 산업, 그 일련의 과정을 관광 등 서비스업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3차산업까지 모두 섞어낸 새로운 농촌의 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이 바로 6차산업이다.

현재 제주시지역에는 예비인증을 받은 사례를 포함해 총 86개 기업이 농업·농촌융복합(6차) 인증을 받아 제주시와 정부로부터 사업 자금을 지원받고 신제품 개발, 컨설팅, 홍보물 제작 에 도움을 받고 있다.

특히 제주시는 단순 생산에 머물러 있는 1차산업의 농업 방식을 6차산업 형태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워내기 위한 다양한 행정 지원을 펼치고 있다.

지역 특산물을 마을 자체 브랜드로 키워내기 위한 ‘1촌 1명품 브랜드 육성사업’도 1차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키워가기 위한 전략이다.

제주시는 지난해 소길리 풋감체험마을과 어음2리 허브보리마을 이미지 구축을 위해 캐릭터와 BI 디자인을 개발하고 신엄리 명품수박 홍보를 위한 마케팅을 지원했다.

지난 2019년부터 1촌 1명품사업으로 17개 마을에 15개 품목을 만들냈다.

올해부터는 6차산업 인증을 받으려는 전망있는 농업인과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브랜드 디자인, 소분포장 개발을 지원하는 농촌융복합산업 맞춤형 홍보사업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특히 최근 들어 환경정책에 부합하기 위해 부쩍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친환경·재활용 포장재 전환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강병삼 시장은 “앞으로 농촌의 경쟁력은 농산물의 생산과 가공, 유통·판매를 통해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있다”면서 “청정 자연환경을 최고의 장점 삼아 농산물의 가치를 높아지면 농촌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겨나고 인구소멸의 문제가 해결되는 등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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