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미술관과 도슨트 장은미씨

역사와 미술 등 해박한 해설로 성인·어린이 대상 전시 안내
영국 유학길서 입문한 서양미술로 23년 간 해외 도슨트 활동

예술을 가까이 두는 일상은 과거에 비해 꽤 익숙해졌다. 2022년 기준 도내 7곳의 공립미술관을 비롯해 15개의 사립미술관, 갤러리카페 등 대안적 문화시설까지 더하면 생활권 문화기반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문화예술 창작활동이 활성화되면서 그 창작물을 향유하는 관객도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로 인해 일반인들의 문화예술 수준도 한단계 올라섰다.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며 아티스트들의 팬층을 꾸준히 끌어들이고 있는 미술관. 미술관의 단골 관람객들을 통해 도내 크고 작은 미술관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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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미씨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 ‘무릉도원보다 지금 삶이 더 다정하도다’ 도슨트를 하고 있다.
장은미씨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 ‘무릉도원보다 지금 삶이 더 다정하도다’ 도슨트를 하고 있다.

“지향 이숙자 선생님은 ‘보리밭 작가’로 유명하신 분이야. 이리 가까이서 그림을 봐봐. 보리알갱이가 어때? 입체적인 보리알맹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한지 여러 장을 겹쳐서 색을 칠하고 또 또 한지를 겹쳐서 칠하고 그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이런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된거야.”

지난 24일 제주도립미술관 1층 기획전시실 한 켠에는 도슨트 장은미씨의 설명을 놓칠세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4~5명의 어린이 관객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은 그의 입을 봤다가 그림을 봤다가 분주하다.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할 영화 속 캐릭터를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송동현 작가의 팝아트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더 길어진다. 아예 미술관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았다. 장씨는 전시작품 외에도 작가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더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리 찾아온 다른 작품을 태블릿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태블릿에 송 작가의 ‘영웅배투만선생상’이 뜨자 아이들은 술렁술렁 자신들이 평소 알고 있는 영웅을 열거하기도 한다.

2시간 남짓 이어진 전시 안내가 끝나는 마지막 작품 앞에서는 어느 지점에서 합류한 지도 모르는 개별 관람객들까지 더해져 피리를 불며 지나가면 아이들이 졸졸 따라붙는 ‘피리부는 사나이’가 따로 없다.

역사와 미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슨트 장은미씨는 제주 이주 7년째다.
역사와 미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슨트 장은미씨는 제주 이주 7년째다.

지난 2016년 제주로 이주해온 장씨는 이주와 동시에 지금까지 도슨트로 활동 하고 있다.

6년 전부터 제주도립미술관이 개최하는 기획전은 빠지지 않고 봤다. 도슨트를 위해 개인적으로 오간 것까지 감안하면 도립미술관의 ‘단골 관객’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월 성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2회씩 총 4차례 도슨트를 하고 있는 장씨는 이날 도립미술관의 기획전시 ‘무릉도원보다 지금 삶이 더 다정하도다’를 안내하고 있었다.

‘무릉도원보다…’는 한국 근현대 역사의 숱한 굴곡에도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거듭하며 이어진 동양화의 흐름을 소개하는 전시로 지난달 5일부터 오는 8월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획전은 정말 훌륭해요. 각가 다른 곳에 소장된 작품을 이렇게 모으기까지 미술관 관계자들의 준비 과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서양미술에 해박한 지식과 도슨트 경험이 있는 장씨는 사실 그동안 한국을 더 잘 몰랐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통해 받는 감동이 더 크다.

“24살에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그곳에서 23년을 살았어요. 그러다가 제가 한국을 너무 모른다고 느낀 거에요. 내 나라를 알아보고 싶더라고요.”

20여 년 간 영국생활을 접고 그가 둥지를 튼 곳은 고향, 서울이 아니라 제주였다.

한적하고 아름다운 섬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던 장씨는 육아교육 첫 번째 전공과 영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시작한 서양미술사와 도슨트 등 두 번째 전공을 제주에서 모두 펼치고 있다.

그는 영국 브리시티뮤지엄을 비롯한 수 백개의 뮤지엄에서부터 러시아, 프랑스 등지를 돌며 도스튼 경력을 쌓았다.

장씨는 “영국에서 종교활동을 하던 중에 우연히 시작한 서양미술공부가 이제는 업이 됐다”면서 “지금은 제주에서 다양한 전시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과 서울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영국으로 직접 전시회를 다닌다”고 말했다.

오는 7월 22일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제주에서  처음으로 음악과 함께하는 명화이야기를 개최한다. 사진은 행사 포스터.
오는 7월 22일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제주에서 처음으로 음악과 함께하는 명화이야기를 개최한다. 사진은 행사 포스터.

그는 도립미술관에 대해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지리적, 환경적으로 정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고 좋은 기획 전시가 열리는데 관람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면서 “도민들의 발길을 유도하지 못하는 홍보가 아쉽고 전문 도슨트 양성으로 문화예술이 좀 더 확산시키는 역할도 도립미술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힘 주어 말하기도 했다.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알고보면 재밌는 예술마당’ 등 미술세계사 강의를 하고 있는 그는 이번에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음악과 함께하는 명화이야기’도 준비하고 있다.

그가 그림을 소개하면 그 그림과 관련된 음악이 연주되는 형식의 이 콘서트는 오는 7월 22일 오후 3시 서귀포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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